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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국민소환' 빌미로 차베스 정권 공격받아

민중의 힘으로 성립·유지된 정부를 '국민소환'의 이름을 내걸고 위협하는 일이 베네수엘라에서 벌어지고 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15일 우고 차베스 대통령에 대한 국민소환투표가 실시될 예정이다. 남미 최대의 산유국이지만 국민 80%가 빈곤에 허덕였던 절망의 땅에서, 1998년 차베스는 기성 정치인에 대한 염증과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차베스 정권은 그간 토지 재분배, 실업 퇴치, 교육권과 건강권의 확장 등 일련의 사회 개혁을 꾸준히 시행하여 경제적 소외 계층에게 광범위한 지지를 얻어왔다.

반면 미국 정부의 비호 아래 베네수엘라 내 자본가 계급, 보수정치세력, 관료화된 노동조합과 거대 미디어 기업들은 반차베스 담합을 구축, 지난 2002년 4월 쿠데타 시도와 12월 국영석유회사의 관리자들이 주도한 파업을 통해 차베스 정부를 무너뜨리려고 했다.

이번 국민소환투표 역시 보수 세력들이 차베스 정권에 퍼붓는 공세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반차베스 세력은 유권자 20%의 청원을 통해 대통령 국민소환이 가능하다는 '볼리바르 헌법'을 이용, 부유층 등을 대상으로 서명을 받아냈다. 그렇지만 이중 상당수가 무효표로 밝혀져 반차베스 세력이 국민소환투표를 정치적으로 수단화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물음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을 뒤로 한 채 선관위는, 결국 오는 15일 소환투표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노동자의 힘'의 원영수 씨는 "끊임없이 정권 탈취를 기도했던 세력들이 민주적 헌법을 이용한 역설적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원 씨는 "대부분의 여론조사 결과로 보아 국민소환투표는 부결될 것"이지만 "소환투표 자체의 결과와 무관하게 소환투표를 전후로 무력책동의 위험이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베네수엘라가 미국 내 석유 수입국의 4위를 차지하는데, 차베스 정권이 미국의 이해관계를 따르는 현 국영석유회사를 자국 민중들의 뜻에 맞게 재편하려고 한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원씨는 더욱이 "올 초에 세상 사람들이 신경도 안 쓴 사이에 무너진 아이티 정권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미에 위치한 흑인공화국 아이티의 이라스티드 대통령은 자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조종한 쿠데타에 의해 축출된 바 있다. 수십 년 동안 남미를 자국의 텃밭 취급하며 정치·경제적 봉쇄를 해왔던 미국의 어두운 역사와 차베스 정권이 무장한 세계화를 주도하는 현 미국 정부에 대항하는 극소수의 정권임을 유념할 때, 아이티의 '악몽'이 능히 베네수엘라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원 씨는 "국민소환투표가 부결될 시 차베스 정권의 위상이 강화될 수 있지만 세계적인 거대 보수 언론들이 제시하는 왜곡된 보도만을 접하게 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고립되어 싸우고 있는 베네수엘라 민중들에 대한 관심과 연대가 중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