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에서 방대한 개인정보가 담긴 스마트카드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개인정보 수집·집적에 따른 정보인권 침해가 우려되고 있다.
부안군(군수 김종규)은 개인의 주민등록번호, 주소, 연락처를 비롯한 신상기록은 물론 혈액형, 현재 병력, 수술력, 가족력 등 의료기록을 포함하여 25여 개의 개인정보가 집적된 '부안휴먼카드' 사업을 시범 운영 중이다. 또한 이 사업은 삼성그룹 산하 통신보안 서비스 업체인 에스원, 키오넷 인터내셔날, 농협 등과 함께 추진되고 있다. 부안군 보건소에서 이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김미라 씨는 "부안휴먼카드 사업은 김종규 군수가 공약 시 내걸었던 노인건강관리 차원"이라고 강조하며,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지만 자신의 병력을 정확히 말하지 못하는 노인들을 배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의 정보를 군내 병원과 약국 등에서 공유하여 환자의 치료를 원활히 하는 데에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 이 사업의 목표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부안군은 지난 16일부터 독거 노인과 생활보호대상자 등을 중심으로 카드를 발급한 상태이고, 1000여 명의 부안군민을 모집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부안휴먼카드에는 개인의 신상정보와 의료기록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과 집적에 따른 인권침해를 낳을 수 있다. 국가가 근거 없이 개인의 의료정보를 수집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민간 병원·약국 등에서 이러한 정보를 공유했을 경우, 신체에 관한 고유한 정보가 유출되어 상업적 거래의 대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더욱이 의료정보에 민간보험회사 등이 눈독을 들이고 있음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실제 부안휴먼카드 사업은 이름을 밝히기를 꺼려하는 한 민간업체의 전액 지원으로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부안군은 부안휴먼카드를 6개월에서 1년 정도 시범사업으로 운영한 이후에 효용성이 검증되면 부안군민 전체를 대상으로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 사업의 진정성에 의혹이 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카드를 현금카드, 교통카드와 겸용하는 방안까지 염두에 두고 있어 부안군이 밝힌 대로 노인의 건강관리라는 애초 정보 수집목적에서 상당히 벗어나고 있다. 부안휴먼카드를 취재하고 있는 부안독립신문 이영주 기자는 "발급 신청서에 정보 기입의 동의여부를 묻는 란이 있기는 하지만, 기입해야 할 항목은 25여 가지가 넘는 데에 반하여 동의를 받는 란은 하나에 불과하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기자는 또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민간업체 중 하나인 키오넷 관계자에게 부안휴먼카드 사업의 법적 근거를 묻자 "하지 말라는 법이 없어서 시행했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부안휴먼카드 사업을 벤치마킹 하려는 의도로 16개의 지자체에서 키오넷 측에 문의를 해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보네트워크 지음 활동가는 "부안휴먼카드 사업이 정보인권에 미칠 영향력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부안군민 전반의 동의 절차 없이 시행되는 것이 문제"라며 "부안휴먼카드 사업이 정보인권을 침해할 위험이 큰 만큼 개인정보보호법과 개인정보영향 평가제 등 이후 제정될 법적 근거에 부합하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인정보보호를 둘러싼 장치가 검증되지 않은 채 부안휴먼카드가 시범 운영되고 있는 것은 미약한 국내 개인정보보호의 현주소와 맞물려 있다. 자의적이고 무분별한 부안휴먼카드 사업이 또다시 부안 주민의 저항에 직면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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