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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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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노동법 해설」

글쓴이: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회/ 펴낸곳: 잉걸/ 399쪽/ 2004년 8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인권 확보 투쟁과 조직화에 도움을 줄 노동법 해설서가 나와 눈길을 끈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회가 펴낸 이 책은 딱딱하기만 한 법조문 해설서가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난에 찬 현장투쟁 기록을 고스란히 녹여 낸, 살아있는 법 길잡이다.

책은 △기간제 고용 △간접고용 △특수고용 등 비정규 노동의 유형별로 비정규노동의 확산 양상과 노동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고단한 현실을 아우르는 한편, 구체적인 투쟁 사례를 바탕으로 관련 법조항과 판례의 최신 경향, 사회적 쟁점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260여 일에 이르는 파업으로 2년 이상 계약직의 정규직화를 쟁취했지만 계약기간 단축으로 투쟁의 결실을 고스란히 빼앗겨버린 이랜드노조 사례, 성희롱 사건 피해자의 재계약이 거부된 호텔롯데 사례, 대한송유관공사가 불법파견 시정 명령을 오히려 정리해고의 계기로 활용해 89명의 노동자가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나앉게 된 대송텍노조 사례 등을 읽다 보면, 현행법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절망의 법'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여과 없이 드러난다. 저자 가운데 하나인 권두섭 변호사의 말처럼, 이 책은 그야말로 "법이 주는 고통을 온몸으로 감내해 온 고난의 기록"인 셈이다.

하지만 이 책은 절망의 현실을 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법원의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법 해석을 이끌어낸 승리의 기록을 함께 담아냄으로써 읽는 이들의 숨통을 틔워준다. 나아가 노동자들이 긍정적인 판례를 이끌어낸 다음에도 주의해야 할 지점들을 충실히 제안하는 한편, 노동법 개정운동,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사려 깊은 대응, 정규직과의 연대 건설의 중요성을 역설함으로써 희망의 길을 제시한다. 이러한 제안들은 노동자들의 현장 투쟁에 밀착해 법률적, 조직적 지원을 해 온 경험이 없고서는 결코 나올 수 없는 것이다.

풍성한 사례와 살아있는 해석이 돋보이지만, 아무래도 법 해설서라는 틀을 뛰어넘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쉽다. 어려운 법률 개념들을 현장 노동자들의 언어로 풀어내고, 사례와 관련 법 해석을 알기 쉽게 엮어낸 후속편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