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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산재요양 장기화'가 노동자 탓?

노동부 '근골격계 인정 기준' 개악 시도…노동자에게 이중 고통 강요

노동부가 과도한 심사절차 도입 등 산재인정 기준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개정하려고 해 산재 노동자들에게 이중의 고통을 강요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노동부가 추진하고 있는 근골격계 질환 업무관련성 인정기준 처리지침(안)(아래 처리지침)의 주요 내용은 △다섯 단계의 업무관련성 평가 실시 후 추가로 네 가지 영역에 대한 재해조사 실시 △입원과 통원의 원칙에 따라 요양방법 결정 △질병별로 진단명, 치료방법, 치료기간 결정 등이다.

이에 대해 지난 13일 의사, 노무사 등 근골격계 질환 전문가들은 성명을 내고 "노동부의 지침은 산재보험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며 "노동자의 권리를 박탈하는 처리지침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노동부가 개정하려는 근골격계 인정기준은 산재요양의 진입장벽을 강화하는 것으로 '조기발견, 조기치료, 조기복귀'라는 산재요양치료의 원칙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노동안전보건교육센터 김은기 간사는 "지금의 간소한 승인 기준으로도 3개월씩이나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더 복잡한 기준을 도입하면 승인까지 얼마가 걸릴지 알 수 없다"며 "승인 기간이 길어질수록 산재 치료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를 재기 불능 상태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처리지침의 '질병에 따른 획일적 요양기간 설정' 또한 문제로 지적됐다. 김 간사는 "심지어 나이에 따라서도 치료기간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요양기간을 획일화하려는 것은 상한선을 낮게 잡아 장기 요양이 필요한 사람들을 고용 박탈시키려는 것"이라 꼬집었다.

노동부의 이와 같은 처리지침은 노동자의 '산재요양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전제에서 작성됐다. 이에 대해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김정수 교육실장은 "노동부뿐 아니라 경총이 산재요양 장기화의 책임을 '노동자의 도덕적 해이'로 엉뚱하게 돌리며, 생산의 과정에서 다치고 병든 노동자 개인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오히려 산재요양이 길어지는 것은 재활·운동 치료와 심리 치료 등 필요한 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반박, "일시적이고 단발적인 질환과는 달리 근골격계 질환이 오랜 시간 반복된 강도 높은 노동으로 생긴 질환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이들은 산재보험 공공성 강화를 요구하며, 처리지침이 철회되지 않는다면, "대정부 항의를 비롯한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