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는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정해준 안건으로만 진행해야 합니다. 물론 안건을 낼 수는 있지만 일정한 절차를 거쳐야 하며, 결정은 오로지 지도위원회만 할 수 있을 뿐 학생회는 아무런 권한이 없습니다." 총학생회 회장인 이은성(고 2) 씨가 설명한 학생회의 모습은 어느 특정 학교의 이야기가 아니다. '자치' 기구이지만 권한이 없어 이름뿐인 학생회, 학생들의 목소리가 아니라 학교 행사에 '잡일'을 도맡아 해야하는 것이 현재 학생회가 처한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학생들과 교사들은 3일 '75돌 학생의 날'을 맞아 '학생회 법제화와 학생자치활동 활성화'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학생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현재 학생회의 법적 근거는 초중등교육법 제17조 '학생의 자치활동은 권장·보호되며, 그 조직 및 운영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학칙으로 정한다'는 규정뿐이다. 전교조 이을재 참실위원장은 "학생들을 보호와 감시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학교에서 이러한 애매한 규정으로는 학생회 활동이 보장받지 못한다"며 "법제화를 통해 학생회의 권한과 책임, 활동 등을 보다 상세하게 기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회 예·결산권이나 학생회 행사 전반에 대한 의결권 등 학생회의 권한이 강화되어야 할 뿐 아니라 학생회 임원자격에 대해서도 성적이나 성별 등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는 규정 등을 보다 상세하게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회 법제화를 위한 운동본부(준)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누리(고 2) 씨는 "물론 학생회 법제화만으로 학생자치가 완전하게 실현될 수는 없지만 그동안 억눌려 왔던 학생들이 스스로 나서서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데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토론회를 함께 준비한 김수경(고 1) 씨는 "학생회 법제화는 현재의 허울뿐인 학생회가 진정한 의미의 학생 자치에 가까워지도록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번 행사를 통해 학생들 스스로의 권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토론회에 앞서 다산인권센터 등이 주최한 '2004 청소년 모의법정 대본 공모전' 시상식에 이어 모의법정이 진행됐다. 대상을 받은 <인형공장>은 보충과 야간자율학습에 대해 의사결정권을 빼앗긴 학생이 학교의 '인형'이 되기를 거부하며, 청소년기에도 자기 삶을 선택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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