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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농성장을 가다> ② 장애인 이동권·교육권 보장

단식보다 힘든 건 사회적 차별

'장애인등의이동보장법률제정과장애인교육예산확보를위한공동농성단'은 다른 농성보다 먼저 국회 앞에 천막을 치고 찬바람을 맞으며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이와 함께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아래 연대회의) 박경석 공동대표도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83년 행글라이더 사고로 장애인이 되었다는 박 대표는 처음 5년 동안 형이 일주일에 한번 교회에 데리고 나가는 것이 유일한 외출이었다고 한다. 그는 "팔딱팔딱 뛰던 사람이 꼼짝도 못하고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장애 자체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였다"며 "처음에는 치료를 해서 빨리 장애를 벗어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지금은 오히려 치료와 재활이 장애 문제 해결의 전부가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박 대표는 "물론 재활, 치료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미 고착화된 장애를 가지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인식은 고통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더 이상의 치료가 불가능한 사람들에게 장애를 '개인의 탓'으로만 돌리는 사회는 장애에 대한 '공포'를 유포하는 한편, 장애인을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게 한다는 것이다. 결국 장애인들을 집안에만 가두도록 만드는 구조와 환경을 없애는 것이 장애인 인권운동의 핵심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지난 2001년 오이도역에서의 수직형리프트 추락 참사를 계기로 구성된 연대회의는 그동안 서울역 천막 농성, 지하철 선로 점거, 39일간의 국가인권위 점거 단식 농성, '장애인도 버스를 탑시다'와 백만인 서명 운동 등으로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부각시켜 왔다. 이러한 투쟁 속에서 장애인들이 만든 법안이 바로 '장애인등의교통수단이용및이동보장에관한법률안'이다. 하지만 건설교통부는 지난 4월 20일 저상버스 도입을 '의무'가 아닌 '권고' 조항으로만 처리하는 등 알맹이 없는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안'을 발표했다. 그는 "건설교통부가 그동안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위해 한 일이라곤 자기 소관이 아니라며 책임을 회피해 온 것이 전부"라며 "장애인들이 목숨을 걸고 이동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항상 예산이 없다는 핑계만 대더니 이제는 장애인을 우롱하는 법안을 내놓았다"고 비판했다.

노들장애인야학의 교장이기도 한 그는 "장애인들은 공부를 하고 싶어도 '교통편이 없어서' 학교에 갈 수조차 없다"며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교육권 등 어떠한 기본권도 누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장애인 이동권'이란 격리되었던 세상과의 연결이며 이들에 대한 편견과 무시를 없애는 길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동권이 보장된다고 해서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가 올 초 장애학생의 무상교육 확대와 방과 후 교육활동 운영 등을 약속했지만 이마저도 예산 삭감을 이유로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장애인 교육예산 6% 확보와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 등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산역 장애인 추락사에 대한 서울시 공개사과와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설치 등을 요구하며 39일 동안 단식을 했던 것이 불과 2년 전의 일인데 또다시 '단식'을 선택한 그는 "굶는 것보다 더 힘든 건 장애인에 대한 차별에 사회가 분노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언제 끝날지 모를 싸움이지만 그가 하는 이 투쟁이 장애인들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고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것임을 강조하며 연대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