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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희망의 계절'과 악몽의 나날

부시의 말마따나 지금 미국은 그들만의 정의, 그들만의 영광으로 붉게 물든 '희망의 계절'을 자축하고 있다.

1억4천이 넘는 미 유권자 가운데 60% 정도가 참여한 이번 대선에서 투표자 중 51% 가량이 그들만의 안전과 이익을 위해 침략전쟁에 찬성표를 던졌다. 전쟁광들과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손에 정치권력을 집중시켜줬다. 자국 군대의 총탄 아래 쓰러져 가고 있는 생명들을, 영양실조와 질병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의 절규를, 햇살과 웃음을 삼켜버린 공포를, 더 나은 세계를 열망했던 이들의 절망을 끝내 외면했다.

그리고 추악한 미소를 머금은 부시는 샴페인을 터뜨리며 말했다. "동맹들과 함께 국력과 모든 자원을 동원해 테러와 싸우겠다"고. '제국 경찰'의 가면을 쓴 채 인류의 자유를 위해 봉사한다는 거짓 깃발을 나부끼며 침략과 학살의 질주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부시의 재집권으로 이라크 민중의 자유와 해방은 더 깊은 수렁 속에 빠져들게 되었으며, 북에 대한 위협도 더욱 드세질 것이다. 공포를 조장하며 선택받은 부시는 강한 미국, 테러와의 전쟁, 신자유주의라는 '복음' 아래 공포의 악순환, 민주주의와 삶의 질의 후퇴, 소수자들에 대한 공격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물론 '인류 공동의 미래'가 아닌 미국만의 미래를 부르짖고 침략전쟁의 중단이 아닌 '더 효과적인 전쟁'을 주장했다는 점에서 케리 역시 대안은 아니지만 말이다.

또한 유일 강대국 앞에 납작 엎드린 '동맹국' 한국은 파병연장은 물론 추가 파병과 주둔군의 역할 변화 등으로 떡고물을 챙기려 할 것이며, 테러방지법을 통해 인권과 민주주의를 압살하려는 시도도 연거푸 되풀이될 것이다. 그러하기에 이번 대선은 미국이 말해온 자유와 평화의 명백한 위선을, 미국이 떠받들어 온 민주주의의 확실한 몰락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미국인을 포함해 세계 민중들에게 남은 것은 악몽같은 나날의 연속이다. 9.11 이후 이미 미국과 세계가 그러했던 것처럼. 그러나 악몽 속에서도 위선과 기만의 성을 허물기 위한 분주한 발걸음들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민중들의 반전, 반세계화 운동은 인권과 평화, 민주주의를 새롭게 써 내려가고 있다. 그리고 가까이에서는 한국군 철군과 전쟁범죄의 심판을 요구하는 전범민중재판이 준비되고 있다. 우리 모두 기소인이 되어 평화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