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 둥! 둥!
북 소리에 맞춰 세 걸음 걷고 두 손을 모아 찬 바닥에 엎드려 절을 한다. 그 뒤로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사람들이 힘겹게 고개를 숙이며 절을 대신 한다. 빈곤해결을 위한 사회연대(준)(아래 빈곤사회연대), 장애인이동권연대 등 사회단체들은 17일 빈곤해결과 최저생계비의 현실화를 요구하며 '삼보일배'를 시작했다.
36만8천 원. 국민기초생활보장법(아래 기초법)에 따라 1인 가구에 지급되는 한 달 최저생계비이다. 이 돈으로 한 달을 살 수 있을까. 정석구 한국자활후견기관협회 협회장은 "36만8천 원밖에 되지 않는 최저생계비로 한 달을 살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여러 방식으로 확인돼 왔다. 뿐만 아니라 가난 때문에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분노했다.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소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으로 '최저생계비'가 지급되어야 하지만 지금은 최소한의 '생존'조차도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삼보일배에 들어가기에 앞서 빈곤해결을 개인의 몫으로 돌리는 정부에 대한 규탄 발언도 이어졌다. 장애인이동권연대 박경석 공동대표는 "빈곤해결은 여전히 가난한 자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빈곤은 분명히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라고 강조하며, "빈곤체험이다, 노숙체험이다 호들갑을 떨며 가난한 사람들을 기만하고 있는 정부에 경고하기 위해 삼보일배에 나섰다"고 밝혔다. 빈곤사회연대 유의선 사무국장은 "빈곤은 인간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움도 유지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국가의 폭력"이라며 "삼보일배를 통해 최저생계비 문제를 많은 사람들이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핑계로 오히려 빈곤을 심화시키고 있는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사회진보연대 김종현 빈곤팀장은 "정부는 마치 가난한 사람들이 복지 정책에 기생해서 사는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빈민들이 기대어 살 수 있는 복지가 존재하기는 했었느냐"고 반문했다. 한국노총 김동만 대외협력본부장은 "노동시장 퇴출이 곧 빈곤이 되는 현실에서 오히려 비정규직 개정안은 모든 노동자들을 비정규직화 하겠다는 것"이라며 "일을 하더라고 고용불안과 저임금으로 인해 근로빈곤층으로 전락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보일배에 참가한 이승연 씨는 뇌성마비 1급 장애인으로 최저생계비 수급대상자이다. 가난 때문에 자살을 생각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라는 그녀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겨울은 그 자체가 고통"이라며 "밀린 세금을 내라고 독촉 고지서가 자꾸 날아오지만 결국 낼 돈이 없어서 전기나 가스 등이 끊기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최저생계비가 '최저생계'를 보장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장애인에게 오히려 불평등하게 적용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지만 10월 20일 헌재로부터 기각 결정을 통보 받았다.
서울역에서 시작한 삼보일배는 여의도 국회까지 2박 3일 동안 계속되며, 행진이 끝나는 19일에는 여의도 국회 앞에서 문화제가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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