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수능반대 페스티발 열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새장 속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새장을 빠져나오려 해도 빠져나올 수 없다. 교실에서 학생들은 돼지고기 등급 판정을 받듯 등급을 받아 몸에 '주홍글씨' 낙인을 찍고, 어떤 학생들은 공부하다 말고 위태롭게 발을 떼며 옥상으로 올라간다. 한 학생은 책상에 앉아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를 수능 시험지로 싸고는 망치로 내려친다.
청소년들이 제작한 영상 '돼지고기 등급 판정 받는 날'의 내용이다. 2005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일이었던 17일 신촌에서 진행된 '수능반대 페스티벌'에서는 "획일적 입시 교육과 수능시험을 당장 중단하라"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행사장에 있는 소망나무에는 "오늘은 몇 명이나 인생을 포기할까? 작년의 아픔이 또다시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오늘도 '수능반대'를 외친다"라는 글이 매달려 있었다. 학벌없는 사회,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 등에서 준비한 수능반대 페스티벌은 작년에 이어 두 번째. 1회 수능반대 페스티벌은 수능시험 도중 자살한 여고생 추모제로 진행됐다. 다행히 이런 불행한 일이 올해 벌어지지 않았지만, 여전히 한 해에 2백 명이 넘는 학생들이 자살한다.
이날 멋진 춤 공연을 보여준 경복여고 '스카이'는 "수능시험에 얽매이는 스스로의 모습이 안타깝다"며 "수능이 없어져 미래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사회를 본 '날라리 자퇴생' 판 씨도 "스카이에게 춤은 밥이고 꿈이고 삶일텐데 그들에게 국영수로 수능점수를 매길 수 있을까"라고 물으며 "수능이 그들의 꿈과 삶을 앗아가게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자유발언대에서 발언한 황현숙 씨의 말처럼 "수능이 없어진다고 모든 교육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수능이 폐지된다고 하더라도 빈곤과 차별이 대물림되는 학벌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학벌없는 사회'는 학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차별의 내면화'를 꼽았다. 학벌은 개인을 열등의식에 사로잡히게 해 평생을 무기력하게 살아가게 한다는 것. "이른바 이류·삼류대학에 다니는 젊은이들은 평생 이류·삼류인간이라는 뼈아픈 정체의식에 시달리기도 하는데 대학을 못나온 이들은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라는 게 '학벌없는 사회'의 생각이다. 대학을 평준화해야 한다는 그들의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수능반대 페스티벌 준비위원회는 "지식교육 위주의 서열식 평가체제에 대 문제제기는 오래됐지만, 교육부는 도리어 오랫동안 고교등급제를 방관해왔고 고교등급제 확대와 본고사 부활을 초래할 새 입시안을 2008년부터 시행하겠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고 교육부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