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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새로운 시작을 위한 끝

이주노동자 380일간의 농성 마무리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 온 추위는 이주노동자들에게 더 없이 쌀쌀하기만 하다. 고용허가제와 단속추방에 반대하며 2003년 11월 15일 시작했던 농성이 380일째를 맞이한 지난달 28일,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이주노동자 농성단은 해단식을 진행했다. 그리고 12월 7일, 1년이 넘게 명동성당 들머리를 지키고 있던 천막 농성장을 정리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은 농성장 정리가 투쟁에 대한 포기가 아니라 제2의 투쟁을 준비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한다.

아노아르 농성단 대표는 "한 번의 투쟁으로 모든 걸 얻을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명동성당에서의 농성은 마치지만 이주노동자 운동을 전국적으로 조직하기 위해 각 지역으로 흩어져서 더 열심히 투쟁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아노아르 대표는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라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그동안의 투쟁을 통해 이주노동자들의 문제를 '노동자의 권리' 문제로 사회적으로 알려냈다"며 농성투쟁의 성과를 평가했다.

농성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은 더 강화되었고, 단속추방의 공포 속에서 죽음을 선택하는 이들의 행렬도 끊이지 않았다. 출입국관리소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 단속을 하며 이주노동자들에게 수갑을 채워 끌고 가는 것도 모자라, 가스총과 그물까지 동원해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간사냥'을 벌여왔다. 아노아르 대표는 "최근에는 출입국관리소가 불법체류자 신분인 이주노동자를 잡아가 '동료 중 누가 불법이고 합법인지, 어디에 살고 있는지 등을 자백하지 않으면, 테러리스트 딱지를 붙여 출국시킬 것'이라고 협박을 해 이주노동자들을 잡아가고 있다"며 인권탄압의 실상을 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탄압에도 앞으로의 투쟁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하루를 살더라도 인간답게 살겠다는 이주노동자들의 각오가 있기 때문이다. 아노아르 대표는 "고용허가제 실시 이후 불법체류자들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이는 정부의 정책이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집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감옥처럼 생활하고 있는 많은 이주노동자들을 볼 때 우리의 투쟁을 여기서 끝낼 수는 없다"며 새로운 투쟁의 시작을 위한 결의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