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영화를 좀더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는 저변을 확대하자는 고민에서 2002년도 9월부터 시작된 인권 영화 정기 상영회 반딧불(아래 반딧불)은 2004년 1월부터 총 11차례 동안 인권의 현장을 '찾아가자'는 취지를 내걸고 움직였다.
인권 영화로 사람의 마음에 불씨를 띄우고, 인권의 심지를 향한 발걸음을 다독이자는 마음을 먹고 인권영화제를 시작한 지 9년째에 다다른 때였다. 인권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내세우며 밀어붙이는 대통령의 입에서 유행인 냥 오르내리기도 했다. 화려한 멀티플렉스관의 수많은 스크린은 블록버스터들의 고유한 잠식지가 되었고, 영화가 행동과 괴리된 사유의 대상인 듯 취급받았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인권영화제의 부피를 작게 만들되, 인권 운동의 현장에 힘을 싣고, 반딧불을 찾은 관객들과 인권 현안에 관한 좀더 깊숙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 반딧불을 개편하고자 한 초심이었다.
인권운동과 좀더 밀접하게 결합하자는 취지는 두 가지 방식으로 발현되었다. 우선, 시시각각 변하는 인권 운동의 흐름에 맞춰, 많은 이들의 관심이 필요한 인권의 문제를 매달 주제로 삼아 해당 영화를 상영하는 것은 물론 관객들의 주체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인권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였다. 2004년 2월 부안의 반핵열기가 민주주의 투쟁으로 한층 고조될 즈음, '부안을 가다, 핵을 넘다'는 주제로 영화를 상영했다. 더불어 핵폐기장 반대 투쟁을 일상적으로 실천하던 부안 지역 주민을 초대해, 부안에서 터져 나왔던 반핵민주주의의 생생한 외침을 나누었다. 또한 성매매방지법 시행이후, 성산업 붕괴 우려와 사주 비호 논리가 팽배했던 지난해 10월에는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인권'을 주제로 반딧불을 개최하여, 성매매를 둘러싼 왜곡된 인식을 전환할 필요성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반딧불은 많은 이들의 관심과 실천이 필요한 인권 운동의 현장을 밝히고자 노력하였다. 3월에는 고용허가제, 단속추방을 반대하며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벌이던 이주노동자들을 찾았다. 9월에는 불안정 노동이 야기한 빈곤에 허덕이는 대학 내 여성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일터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반딧불에서는 정부와 자본의 공조 아래 인권 유린을 당한 피해자이자, 인권의 씨앗을 뿌리는 운동 주체들의 목소리를 들은 것은 물론, 이들의 활동을 볼 수 있는 영상물을 상영하기도 했다. 또한 7월에는 어린이, 청소년의 시각에서 장애인권을 접할 수 있는 장을 열었다. 어린이의 눈과 마음에서 인권을 말할 수 있는 매체가 턱없이 미비한 실정에서, 영상을 매개로 어린이들과 인권을 나눌 수 있다는 소중한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반딧불의 실험이 초기에 직면했던 구조적인 문제들은 여전히 쌓여 있다. 산재해 있는 인권 현안을 다루는 인권 영화의 제작과 배급 활성화, 안정적인 공간과 상영 지원 시설을 위한 물적 인프라 구축, 인권 영화에 꾸준한 관심과 역량을 투여할 수 있는 활동가 양성 등 반딧불의 실험이 실험을 넘어서기 위한 갈 길은 아직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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