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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뛰어보자 폴짝]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을 빼앗는 '삼성'

아이와 아빠가 '함께가요 희망으로'를 외치며 '희망과 나눔, 인재와 경제역'을 차례차례 보여주며 여행을 하는 광고는 '삼성'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제작한 캠페인이라고 해요. 광고를 통해 보여지는 사람들의 모습은 삼성이 정말 희망을 나눠주고 있다는 환상에 빠지게 합니다. 또 다른 나라에서 삼성의 로고를 보면 우리나라 기업이 세계시장에 당당히 진출하고 있는 것 같아 자랑스럽게 생각되기도 합니다. TV 광고나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제품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삼성'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정말 희망을 나눠주고 있는 것일까요? 정말 우리가 자랑스럽게 생각해야할 기업일까요?


유령이 나타났다

누군가가 시시때때로 내가 몇 시에,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면 감시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고 무섭기까지 할 거예요. 그런데 삼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가족들은 2004년 4월부터 3개월 동안 650여 차례나 자신도 모르게 휴대전화를 통해 위치 추적을 당해왔어요. 휴대폰를 통해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는 '친구찾기'라는 위치추적 서비스는 사용자 간에 서로 동의해야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삼성 노동자들과 가족들은 이러한 서비스에 가입한 적도 없었다고 해요. 나중에 알고 보니 자신들의 핸드폰이 불법으로 복제돼 '친구찾기' 서비스에 가입한 걸로 되어 있었던 거예요.
더욱 놀라운 것은 삼성 노동자들과 가족들의 위치를 알려고 했던 사람이 다름 아닌 현재 사망한 사람이었다는 거예요. 또한 그동안 휴대폰 대리점을 직접 찾아가 전화요금을 낸 것으로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해요. 도시 한복판에 유령이라도 나타난 것일까요?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일을 벌인 걸까요?


삼성이 노동자들의 희망을 빼앗고 있어요

위치 추적을 당했던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었어요. 하지만 삼성은 노동조합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을 항상 감시하고 협박을 하면서 못 만들게 해 왔어요. 이번에도 삼성 SDI 수원공장과 울산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려고 하자 삼성은 죽은 사람까지 이용하고, 휴대폰도 불법으로 복제하면서 노동자들이 무엇을 하나 감시해 왔던 거예요.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노동자들과 가족들은 철저하게 수사를 벌여 사실을 밝혀줄 것을 요구하며 지난해 7월 13일 서울지방검찰청에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등을 고소했어요. 그 후에도 삼성 SDI 노동자들 중 9명이 추가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위치추적'을 당해온 사실이 확인됐어요.

하지만 삼성은 사실을 밝히려고 하기보다는 고소장을 접수한 노동자들에게 또다시 협박을 하면서 고소한 것을 거두어들이라고 강요했어요. 결국 4명 중 3명의 노동자들은 이를 견디지 못하고 고소를 취소했어요. 2004년 10월에는 문화방송(MBC) <시사매거진 2580>과의 인터뷰에서 휴대폰으로 감시당해온 사실과 함께 동료들이 고소를 취소하게 된 배경을 말했다는 이유로 고소인인 강재민 씨를 회사 정문 밖으로 쫓아내기도 했어요. 삼성의 한 회사 간부는 강 씨의 머리를 툭툭 건드리며 욕설을 퍼부었고, 점심밥도 먹지 못하게 하기도 했어요.


검찰도 '삼성'편인가봐요

노동자들을 실망시킨 건 삼성만이 아니었어요. 조사를 맡은 검찰은 그동안 아무런 증거도 찾지 못했다며 2월 16일 더 이상 수사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어요. 고소인들의 휴대전화를 '누군가'가 몰래 복제한 사실은 밝혀졌지만 '누군가'가 삼성인지를 밝혀내는 것은 어렵다는 게 그 이유였어요. 노동자들이 여러 가지 증거를 주었는데도 아무런 증거를 찾을 수 없다며 수사를 마무리 한 검찰에게는 위치추적을 한 사람이 정말 '유령'으로 보였던 것일까요. 아니면 삼성의 힘이 너무 세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것일까요.

생각해 봅시다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은 반대할 일인가요?


하루 종일 서서 공부를 한다면 어떨까요? 점심시간 없이 계속 공부를 해야 한다면 어떨까요? 이런 환경이라면 어떤 친구도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을 거예요. 일을 하는 노동자들에게도 보장받아야할 권리들이 많이 있어요. 하지만 회사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지 고민할 뿐 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해서는 모른 척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다보니 노동자들 스스로 자신들의 권리를 지켜야 할 필요가 있어요. 노동조합이란 바로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노동자들이 만든 조직이에요. 혼자가 아니라 노동자들이 하나로 뭉치게 되면 회사도 노동자들을 함부로 대할 수 없거든요. 결국 회사 입장에서는 노동조합이 없는 것이 편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을 반대하는 경우가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