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하는 학생회 가자!'에서 활동하는 청소년이자 지난 20일 개막식 사회를 맡기도 했던 전누리 학생은 올해 인권영화제를 지켜본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어린이, 청소년 포함 3700여명 찾아와
7일 동안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렸던 9회 인권영화제가 200여명의 관객들이 참여한 가운데 26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연인원 3,700여 명의 관객들이 다녀간 이번 영화제에서는 모두 32편의 인권영화들이 관객들과 만나 호흡했다. 특히 신자유주의 질서를 조롱한 개막작 <예스맨>, 가족내 폭력 문제를 다룬 <누구세요>를 포함한 4편의 애니메이션 모음, 한국 기독교의 가부장성을 다룬 <슬로브핫의 딸들>, 인권영화제의 사전제작지원작인 <사레가마 송>과 <이반검열> 등이 관객들의 열띤 호응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어린이·청소년의 인권을 주제로 삼았기 때문인지 특히 어린이, 청소년 관객들의 발걸음이 분주히 이어졌다. 어린이, 청소년 관객들은 나만의 인권 버튼 만들기 행사에도 적극 참여해 인권의 세상을 열고자 하는 소망을 그림과 글로 표현하기도 했다. 지난 21일 청소년 인권운동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청소년 인권운동의 가능성을 확장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에도 100여 명이 참여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강퍅한 농촌현실 이기는 구수한 저항, <농가일기>
폐막식 행사 가운데 가장 큰 이목이 집중된 '올해의 인권영화상'은 권우정 연출, 다큐인 제작의 <농가일기>에 돌아갔다. 인권영화제는 대안적 인권영상의 제작을 북돋운다는 의미에서 매해 인권영화상을 선정해왔다. 박영희 장애여성공감 대표, 오기민 마술피리 대표 등 6명의 심사위원에 의해 선정된 <농가일기>는 "현실적인 장벽이 산재해 있는 가운데 저항행동을 멈추지 않는 한 농민의 행보를 진정성이 묻어나는 시선으로 성찰한 작품"으로 "땅과 더불어 살아온 농민들이 겪는 일상의 에피소드를 우리 사회 농민들이 처해있는 현실과 맞물려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상자 권우정 감독은 어려운 조건에서도 끈질지게 버텨내며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에게 공을 돌리면서 "앞으로도 땅과 농사짓기의 소중함을 여러분과 나눌 수 있도록 영상작업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 안창규 씨는 "지금 농촌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조금이나마 알게 됐다"며 "결코 쉽지 않았을 귀농을 한 이후 힘든 일을 겪으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구수한 삶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흐뭇하기도 하고 따뜻해지기도 했다"며 <농가일기>에 감동을 표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쓴 자발적 노고들
인권영화제가 성공리에 막을 내리게 되기까지 많은 이들의 노고가 뒤따랐다. 번역, 자막, 홍보, 행사진행, 영사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영화제를 함께 만들고 지원해준 자원활동가들은 이날 폐막식 무대에 올라 관객들의 따뜻한 박수를 받았다. 올해 처음으로 자원활동에 결합한 김한나 씨는 "지갑을 탈탈 털어 영화제 후원도 하시고 제자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책과 비디오를 사가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특히 감동적이었다"며 관객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큰 힘이 되었다고 말했다.
인권영화제 기획자인 이진영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올해 인권영화제를 꾸준히 찾아와준 관객들과 좁은 영사실에서 애써준 영사기사들에게도 깊은 감사를 표했다. 이 활동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수화 통역 배치, 한글 자막 삽입, 더빙과 화면해설, 경사로 설치 등 장애인 접근권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기대보다 장애인의 참여가 저조해서 아쉬움을 남겼다"고 지적하며 앞으로 장애인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인권영화제는 내년에 더욱 의미있는 영상들과 함께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