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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해설] 법무부 주도 사회보호법 폐지안은 사실상 '존치안'

현 수용자 집행 계속…치료감호 '부정기형'도 유지

15일 사회보호법 폐지안이 국회 법제사법위 법안심사소위(아래 법안소위)를 통과해 지난 1980년 전두환의 '국가보위 입법회의'가 만든 여러 악법 가운데 하나가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하지만 법안소위 논의 과정에서 법무부와 한나라당의 입김에 따라 사실상 '존치안'으로 변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피보호감호자·보호감호 병과 수형자 석방 안돼

가장 큰 문제점은 이미 갇혀 있는 피보호감호자와 감호가 병과되어 징역형을 살고 있는 수형자들에 대한 감호집행이 계속된다는 점. 법무부는 일시에 석방하면 사회적 혼란이 우려되고 법원에서 보호감호를 병과할 때 감호기간을 고려해 선고했으므로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이호중 교수(한국외대 법학)는 "(보호감호 폐지는) 보호감호 제도가 우리 사회의 범죄예방에 현격한 기여를 하여 더 이상 보호감호제도가 필요없을 정도로 범죄사정이 좋아졌기 때문이 결코 아니"라 "재범의 위험성을 감소시켜 사회에 복귀하게 한다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실패하였을 뿐만 아니라…징역형과 다를 바 없는 사실상의 이중처벌이며…인권을 침해하는 반인권적인 형벌제도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법무부의 이러한 인식은 보호감호와 징역형이 실제 질적으로 구별되지 않는 사실상의 이중처벌장치임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용규 의원(열린우리당)이 발의해 지난해 9월 법사위에 회부된 사회보호법 폐지안도 부칙에 "이 법 시행 전에…보호감호처분을 받거나…보호관찰처분을 받은 자중 그 집행 중에 있는 자에 대하여는 이 법 시행과 동시에 그 집행을 종료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15일 법안소위에서는 법무부와 공안검사 출신 한나라당 의원들의 주장이 관철됐다.

보호감호제 폐지와 동시에 '상습범'에 대한 법정형을 상향하는 '양형강화법안'도 문제. 법무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을 개정해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된 절도 등의 상습범이 형 집행 종료 후 3년 이내에 다시 범죄를 저지를 경우 징역기간을 2배까지 가중하도록 했다. 21일 변호사·법학교수 등 121명은 '법률가 선언'을 통해 "우리 형법 및 특별형법의 법정형 수준이 다른 나라들에 비하여 이미 가혹할 정도로 높은 수준임을 고려할 때에 법정형을 강화하는 중형주의 형벌정책은 반인권국가로 나가고자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치료감호' 이름만 바꾼 '보호치료'

사회보호법 폐지와 함께 제기되는 치료감호의 개선방향도 쟁점이다. 현행 사회보호법은 보호처분의 종류로 보호감호·보호관찰과 함께 치료감호를 규정하고, 치료감호의 대상자는 △형법의 처벌제외·감경 대상자인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 또는 미약한 자 △마약·향정신성의약품·대마 등의 중독자로 금고 이상의 형을 범한 자 등이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 보호국이 지난 15일 법사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유일한 치료감호시설인 공주치료감호소에 641명(올해 5월말 기준)이 갇혀 있다.

현행 사회보호법 제9조 제2항은 "치료감호시설에의 수용은 피치료감호자가 감호의 필요가 없을 정도로 치유되어 사회보호위원회의 치료감호의 종료결정을 받거나 가종료결정을 받을 때까지로 한다"고 규정해, 법무부 산하의 사회보호위원회 결정만으로도 사실상 무기한의 수용이 가능한 '부정기형'이 자행되고 있다. 염형국 변호사(아름다운재단 공익변호사그룹 공감)는 "치료시설에의 수용도 인신의 구속이라는 점에서 형의 집행과 다르지 아니하고, 필요 이상의 장기구금이 제한 없이 허용될 수 있어 헌법상 원칙인 보안처분법정주의에 반할 소지가 클 뿐만 아니라 치료보호대상자에 대한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공주치료감호소 수용자의 평균 수용기간은 2년 4개월이며 3년 이상 수용자가 28.7%, 5년 이상 수용자가 11.2%에 이르며 심지어는 10년 이상 수용자도 1.6%나 존재한다. 염 변호사는 "법관이 아닌 행정기관에 의하여 치료보호기간이 전적으로 정하여지는 것은…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침해"라고 비판했다.

이런 비판을 반영해 현재 법사위에는 최 의원이 발의한 '치료보호법안'과 노회찬 의원(민주노동당)이 발의한 '치료보호에관한법률안'이 회부되어 있다. 격리수용을 뜻하는 '치료감호'를 '치료보호'로 바꾼 이 법안들은 △최대 수용기간을 3년으로 한정하고 △피치료보호자에 대한 치료기간 종료 여부를 법원이 결정하도록 하며 △치료보호 장소는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공주치료감호소가 아니라 국공립 의료시설 등으로 했다.

하지만 법무부가 만들어 법사위 전체회의에 '대안'으로 제출된 '보호치료에 관한 법률'은 부정기형을 그대로 유지해 기존 치료감호를 '보호치료'로 이름만 바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속셈을 드러내고 있다. 또 법무부 산하 '사회보호위원회'를 '보호치료심의위원회'로 이름만 바꿔 존속시키며 공주치료감호소도 그대로 유지하도록 했다. 다만 법무부는 "의원 발의 치료보호법안 중 진일보한 개선안을 수용"한다며 격리수용의 뜻이 강한 '감호' 대신에 '보호'를 사용하고, 보석·적부심 대상 제외조항을 삭제했을 뿐이다.


"치료와 감호는 양립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21일 '의료인 선언'을 통해 "정신장애인의 치료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치료와 감호는 결코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수용을 통한 치료는 정신장애인의 치료의 원칙이 아닐뿐더러 시간의 제한 없이 강제적으로 환자를 감금해놓은 상태에서의 정신장애인 치료는 아예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또 "대부분의 정신질환자는 일정기간의 입원치료 후 사회로 복귀하여 외래치료와 재활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가장 치료효과가 높"다며 "장기수용은 치료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정신질환을 악화시키는 행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역사회 정신보건시설과의 연계를 통한 '외래치료명령제' 도입으로 외래치료를 확대하고, 입원치료가 불가피한 경우라도 일반 정신병원 등을 이용할 것을 제안했다.

대한정신보건가족협회,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23개 장애인단체도 21일 '장애인단체 선언'을 통해 "그동안 정신장애인은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혹은 언제든지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집단으로 낙인찍혀 왔"고 "언론은…정신장애인들을 범죄집단화하여 사회에서 함께 살 수 없는 집단으로 매도해 왔"지만 "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은 비정신장애인의 25% 미만 수준으로 현격히 낮다"고 지적했다. 또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지금처럼 부정기형에 의한 장기구금을 통해 사회로부터 격리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사회가 보호해야할 사람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법사위는 22일 오전 10시 전체회의에서 '보호치료제도 입법에 관한 공청회'를 첫 번째 안건으로 다룬 후 이날 사회보호법 폐지와 함께 치료감호제 개선방안을 확정해 통과시킬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