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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성명서] 4반세기 인권을 침해해온 사회보호법이 드디어 폐지되었다.

그러나, 사회보호법 폐지 운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난 25년간 이중처벌과 인권침해의 논란 속에 이 땅의 인권을 유린해온 대표적인 반인권 악법인 사회보호법이 드디어 폐지되었다.

사회보호법은 80년 군사 쿠테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정권이 급조한 헌법파괴기구인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만들어 졌으며, 법에서 정한 형벌이 끝난 이들에 대한 이중처벌, 재범의 우려에 대한 판단 기준의 모호함 등 법률적·인권적 문제제기를 끊임없이 받아왔다. 지난 2002년부터 청송보호감호소의 피보호감호자들은 7차례에 걸쳐 집단 단식농성을 진행했다. 2003년 3월, 26개의 인권시민단체들은 사회보호법폐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사회보호법 폐지 운동을 전개해 왔었다.

범죄자들에 대한 지독한 편견때문에 불가능 할 것이라 여겨졌던 사회보호법의 폐지가 현실로 다가왔다. 그러나 이 나라의 인권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이 법의 폐지 앞에서 반가움보다는 답답함과 안타까움이 앞선다. 사회보호법이 폐지된 이후에도 현재 청송보호감호소에 수용중인 피보호감호자들과 감호가 병과된 채 아직 징역형을 살고 있는 수형자들에 대한 감호집행이 계속 된다는 것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이렇게 된다면, 법이 폐지된 이후 최소한 10년여간 보호감호가 사실상 존재하게 되는 기형적인 법집행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겨우 200여명 밖에 안되는 피보호감호자들이 한꺼번에 사회로 나올 때 사회혼란이 우려되며, 보호감호의 병과로 인해 형을 낮게 선고받았기 때문에 계속 집행해야한다고 하는 논리는 법무부와 국회가 사회보호법의 폐지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있는지조차 의심하게 만든다. 보호감호제도의 이중처벌성과 인권침해를 인정하여, 법안을 폐지하면서도 피보호감호자들의 보호감호를 계속 집행하겠다는 것은 심각한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법무부는 지금이라도 청송보호감호소에서 이중처벌과 인권침해로 피해 받는 피보호감호자들을 사회보호법의 폐지와 함께 즉각 석방할 것을 촉구한다.

또, 치료감호 제정안은 더욱 심각하다. 그동안 시민사회와 의료계, 법조계 등에서 제시해 온 문제점들에 대한 깊은 고찰 없이 이름조차 '치료감호'를 그대로 유지하여, 사회보호법이 폐지되고도, 이 땅에 감호제도를 계속 존치하게 만드는 어처구니없는 법률안이 제정되고만 것이다. 치료의 효과도 없고, 그 반인권성의 문제제기가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치료감호의 상한를 정하지 않는 부(不)정기형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던 방침은 그 상한기한을 15년으로 정하여 부정기형의 굴레는 벗었지만 그 상한을 지나치게 길게 두어 사실상 나아진 것은 없게 되었다. 또, 치료감호의 대상자들을 그대로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집단 수용하겠다고 하고, 이들의 감호종료를 결정하는 치료감호심의위원회를 계속 법무부에 두는 등의 문제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이는 정신질환 또는 정신장애를 가진 채 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치료하기보다는, 가두어 두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비상식적인 주장이며, 정신보건의 세계적인 추세에도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또 이는 정신장애를 가진 이들의 범죄율이, 그렇지 않은 이들의 범죄율보다 현저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장애인들을 '위험한 예비 범죄자'로 생각하는 법무부와 정치권의 지독한 편견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국회와 법무부는 치료감호법의 전면적인 개정에 하루빨리 나서야 할 것이다.

우리는 사회보호법의 폐지를 계기로 대한민국의 행형제도의 전면적인 개혁이 하루빨리 이루어 질 것을 기대한다. 먼저, 제정된 이래 7번의 개정을 거쳤지만, 아직도 수많은 문제점과 인권침해의 소지를 가지고 있는 행형법이 올바르게 개정되어야 한다. 또 형을 집행하는 검찰과 교정국이 인권감수성을 가진 조직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동안 잡아들이고, 가두어 두는 것만이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깊은 반성과 성찰로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기관이 되기 위해 노력하기 바란다.

범죄를 저지르고 그에 따른 형벌을 받는 것은 법치주의를 지향하는 국가에서는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와 함께 그들이 법이 정한 형벌을 마치고 다시 사회로 돌아와 사회의 구성원으로 당당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어야 하는 것도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 땅에서 전과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기만 하다. 일하고 싶어도 일할 곳이 없고, 어렵게 얻은 일자리도 전과자라는 것이 알려지면 그만두어야 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구금시설 안의 개혁과 함께 출소자들에 대한 국가차원의 대안이 시급하다. 이와 함께 전과자에 대한 국민의 편견을 불식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지원 장치와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감호소를 비롯한 구금시설 수용자의 대다수는 가난한 사람들이다. 그 가난은 대물림되고 있다. 아무리 애를 써도 헤어나오지 못하는 빈곤의 악순환이 때로는 범죄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범죄는 개인이 저지르는 것이지만 우리 사회는 범죄문제에 대한 공동의 책임을 느껴야 한다. 가난한 자, 소외된 자, 전과자들을 진정한 마음으로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때 범죄문제도 극복될 수 있다.

17대 국회에서 사회보호법이 폐지 된 것은 역사적으로 큰 걸음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사회보호법폐지 운동은 끝나지 않았다. 피보호감호자들 모두가 '감호'라는 멍에를 벗을 수 있게 해야 하는 일, 올바른 '치료보호법'을 만들어 내는 일 등이 우리에게 과제로 남겨졌다. 이러한 문제들을 위해 힘과 마음을 모으는 것이 우리가 입버릇처럼 민주주의와 인권을 떠들어대기 전에 실현해야할 일들일 것이다. 인권에는 양보도 없고, 포기도 있을 수 없다라는 말을 정부와 국회뿐 아니라 우리 모두 마음속에 새겨야 할 것이다.


2005년 6월 29일
사회보호법 폐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 광주인권운동센터,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다산인권운동센터, 동성애자인권연대,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인권위원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부산인권센터, 불교인권위원회, 새사회연대, 앰네스티 한국지부, 원불교인권위원회, 인권실천시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참교육학부모회,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평등노조이주지부, 평등사회를 위한 민중의료연합 (총 26개 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