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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즐거운 물구나무] 미팅할래, 미싱할래

"학벌에 따른 사회적 편견이 심하다", "학력 위주의 사회에서 학생 인권이 무시되고 있다" 등 학벌주의에 따른 문제점을 대중매체가 아무리 떠들어도 부모에게는 남의 아이 이야기고, 교사에게는 남의 학생 이야기다. 과정에서 학생들이 겪게 될 고통과 학생들의 존엄은 대학 진학 앞에 아무런 힘이 없다. 교실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꿈은 이루어진다",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는 급훈의 '꿈'과 '야망'은 오로지 대학이다.

[출처]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1318virus.net

▲ [출처]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1318virus.net



"대학가서 미팅할래, 공장가서 미싱할래?" 영화 '친구'에서 동수의 뺨을 때리던 담임의 대사인가 싶지만 인터넷뉴스 <바이러스>에서 창간 이벤트로 진행 중인 "엽기급훈이벤트"에 올라온 어느 교실의 급훈이다. 이 외에도 이벤트 이름에 꼭 들어맞는 "네 성적에 잠이 오냐?", "엄마가 보고 있다" 등의 급훈들이 올라오고 있다.

[출처]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1318virus.net

▲ [출처]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1318virus.net



학생의 흥미와 욕구 및 필요를 교육적으로 개발하여 충족시켜 주기 위해 담임교사는 학급의 교육목표를 정한다. 그리고 이 교육목표는 보통 급훈을 통해 나타난다. 학생들이 '공장 미싱' 보다 '대학 미팅'을 더 흥미로워 하고, 필요로 해 학업 욕구가 크게 일어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일까? 수업시간에는 "직업에 귀천이 없다" 말하고 급훈에는 "공장에서 미싱을 하는 것 보다 대학에 가는 것이 귀하다" 강조한다. 담임의 사고는 유연하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과거 경험에 비추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위와 같은 급훈을 정했다고 생각한다. 문제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학생들이 어떻게 가본적도 없는 공장에 비해 대학의 가치를 높게 구분 지었을까? 사회가, 학교가, 부모가 일의 가치를 구분 짓고, 학교를 구분 짓고, 학생을 구분 짓는다. 그리고 학생들은 자신들이 성적으로 구분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자신의 아이, 자신의 학생을 사회가 높은 가치를 두는 곳으로 보내고 싶은 욕망과 더불어 자신들도 높은 가치가 되고 싶은 욕망으로 급훈은 학생들의 학업에 대한 흥미나 욕구와는 관계없이 정해진다. 아빠는 어디 있는지 "엄마가 보고 있다"는 교실에서 말이다.

[출처]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1318virus.net

▲ [출처]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1318virus.net



고등학교 첫 모의고사가 끝난 다음날 아침 조례시간에 담임은 말없이 칠판에 10명의 학생 이름을 적었다. 그리고 담임은 "오늘 종례 시간 때까지 지우지 마라"고 말하며 카리스마 있게 교실을 나섰다. 모의고사 1등부터 10등이다. 그것도 위에서 아래로. 36등부터 45등을 적지 않은 담임의 교육관을 높이사야할까. 10등 안에 들지 못한 학생들은 10등 안에 들어야겠다는 학업 동기를 가지고, 순서대로 적힌 10명은 더 높은 곳을 향한 학업 동기를 가진다. 물론 담임의 생각이다. 난 성적 고민에 잠이 오지 않는다.

자신의 부모가 공장에서 미싱을 하고 있는 아이는 엄마가 보고있는 교실에서 성적 때문에 잠을 자지 않고 대학 미팅을 꿈꾸며 앉아있다. 기괴한 것이나 이상한 일에 강한 흥미를 가지고 찾아다니는 것이 '엽기'의 사전적 의미이다. 칠판 위 양질의 액자에 기괴하고 이상한 급훈이 학생들과 함께 하는 교실의 '칼있으마'. 교실이 학생의 마음을 찢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