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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기고]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9일, '고립장벽 해체를 위한 국제연대행동' 열려

지난 2002년 6월부터 이스라엘은 인류 역사상 최대의 감옥 건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높이가 8m나 되는 콘크리트 장벽과 전기가 흐르는 철조망 등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이 거주하는 지역 주변에 고립장벽을 쌓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장벽 공사의 이유를 팔레스타인 지역으로부터 넘어오는 자살폭탄테러범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름도 보안장벽이라고 부르길 원한다.

고립장벽 [출처] stopthewall.org

▲ 고립장벽 [출처] stopthewall.org



땅의 강탈, 생존권 파괴

팔레스타인 지역을 점령하고 있는 이스라엘에게 여전한 문제는, 점령은 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팔레스타인인들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몇 차례 중동전쟁을 통해 이들을 모두 다른 아랍국가로 쫓아내려고 시도했지만 100% 쫓아내지는 못했고, 오히려 남아 있는 이들이 이스라엘의 군사점령에 대항해 투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서 이스라엘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전쟁과 같은 '혁명적 시기'(이스라엘 우파들의 표현)를 이용해 다시 한번 남아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을 강제 추방하거나 아니면 남아 있는 이들을 최대한 작은 지역에 몰아넣고 이들을 외부와 차단시키는 것이다.

장벽공사는 이런 이유로 진행되고 있다.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대부분의 땅을 빼앗기고 그나마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라도(전체의 22%) 독립국가를 요구하고 있는데, 장벽 공사가 예정대로 끝나게 되면 서안지구의 절반가량이 강제 합병 당하게 된다. 설사 독립국가가 탄생하더라도 역사적인 팔레스타인 땅의 12% 밖에 남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나마도 이러저리 가로막히고, 갈리고, 찢긴채.

이스라엘이 목표로 하고 있는 고립장벽의 총 길이는 약 730km이다. 현재 이스라엘은 깔낄리야, 툴카렘, 제닌, 라말라, 예루살렘, 베들레헴 등지에서 장벽을 건설하고 있으며, 서안지구 전역에 공사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장벽 건설에 드는 비용은 약 34억 달러이므로 km당 자그마치 4백7십만 달러가 소요되는 셈이다.

장벽건설 전후 팔레스타인인들의 거주지 [출처] 팔레스타인평화연대(pal.or.kr)

▲ 장벽건설 전후 팔레스타인인들의 거주지 [출처] 팔레스타인평화연대(pal.or.kr)



팔레스타인인들이 다니는 아부디스대학의 사례는 고립장벽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고립장벽은 아부디스대학을 가로질러 지나가고 있어 학생들은 이스라엘의 허가를 얻어야만 학교 안에 있는 장벽 출입문을 통과할 수 있다.

이렇게 장벽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일상 생활을 파괴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그나마 다닐 수 있었던 병원이나 학교를 마음대로 다닐 수 없게 된다. 농민들은 농사지을 땅으로도 마음대로 다닐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장벽 공사 과정에서 토지는 몰수당하고, 집과 건물은 파괴당하고 있다.


국제사법재판소의 결정과 국제연대행동

고립장벽이 계속 국제적 문제가 되자 지난 2003년 12월 유엔은 국제사법재판소에 장벽공사가 국제법 위반인지 아닌지를 질의했고, 2004년 7월 국제사법재판소는 장벽공사가 국제법 위반이라고 결론내렸다. 그리고 이 결론에 따라 유엔총회는 2004년 7월 장벽 철거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국제사법재판소가 결정을 내릴 때 15명의 판사 가운데 오직 미국 출신 판사만 반대를 했, UN 총회 결의안에 대해서도 6개국(이스라엘,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마샬군도, 미크로네시아, 팔라우)만 반대를 했다는 것이다.

2005년 7월 9일 국제사법재판소 결정 1주년을 맞아 이집트, 미국, 칠레 등 10여개 국가에서 각종 행동이 벌어진다. 영국에서는 장벽 건설 반대 활동가들이 G8정상회담 반대투쟁과 함께 행동을 벌일 계획이다. 한국에서도 팔레스타인평화연대 주최로 오후 5시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4번 출구 앞에서 '고립장벽 해체를 위한 국제연대행동'이 벌어질 계획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 정책에 맞서 국제사회는 대규모 운동을 조직했던 경험이 있다.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의 고립장벽과 군사점령에 맞서는 국제연대운동을 만들어가야 할 때이다. 그래서 팔레스타인인들도 점령과 착취, 빈곤과 고립에서 벗어나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가 연대해야 할 것이다.
덧붙임

미니 님은 팔레스타인평화연대(pal.or.kr)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