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인 열두 살 소년 자말도 그런 웃음을 지을 줄 아는 어린 아이였을 것이다. 그러나 열심히 일해 봤자 하루 1달러도 벌지 못 하는 데다 미래 따윈 사치로 밖에 보이지 않는 난민촌에서, 웃음을 잃어버린 많은 이들은 탈출을 꿈꾼다. 오직 하나, 미래가 있는 삶을 살기 위하여.
그리하여 자말은 사촌형 에나야트의 통역을 자처하며 런던까지 6400km에 이르는 머나먼 여정을 떠나게 된다. 그러나 살기 위한 여정은 첫발부터 난관을 예고한다. 브로커는 돈 떼먹기에 혈안이 되어 있고, 검문소의 군인들은 뇌물을 요구한다. 국적을 속이려 어색한 옷을 걸쳐 보기도 하지만, 왔던 길로 되돌려지는 건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나는 일.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은 수많은 난민들이 택했던 도피의 여정을 극적으로 쉽게 재구성하는 것에서 벗어나, 함께 경험하기를 선택한다. (알려진 바대로, 자말과 에나야트는 실제 난민이다.) 카메라는 자주, 자말의 뒷모습 가까이에 붙어 따라다닌다. 관객도 따라나서길 종용하듯이.
또한 국경수비대의 총소리에 위협당하면서도 국경을 넘는 야간 산행 장면이나, 밀폐된 컨테이너로 수십 시간씩 밀항하는 장면은, 일부 익숙한 시각적 코드와 결합되고 다큐적 현실감을 경유하여 감각의 대리체험으로까지 관객을 몰고 간다. 신문 국제란 한구석에서 1단 기사로 수도 없이 읽고 넘겼던 건조한 비극이, 그 순간 생명력을 얻고 살아나는 것이다. (이 영화는 밀입국을 시도하다 컨테이너 안에서 질식사 한 58명의 중국난민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마치 나의 경험인 듯.
<인 디스 월드>는, 눈물이 흐르지는 않되 가슴 먹먹해지게 만드는 영화다. 영화 전편을 통해 ‘타인의 고통’을 경험한 관객들에게, 눈물을 통한 면죄부는 결코 허용되지 않는다. 타인의 삶까지도 나의 삶으로 받아들이고, 고민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 바로 이 영화가 가진 미덕이다.
한국에도 난민들이 있다. 한국정부는 1992년 유엔 난민협약과 난민의정서에 가입했지만, 2001년에야 에티오피아인 한 명을 첫 난민으로 받아들였다. 지난 5월말 현재 난민신청자는 494명이지만, 그 가운데 129명만이 난민 여부를 심사받았고 최종 인정을 받은 사람은 37명에 불과하다.
덧붙임
혜리 님은 민중언론 <참세상> 영상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