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학교급식 문제를 교육청 홈페이지에 고발한 학생이 학교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퇴학당해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12일 전북 김제서고 학생 이 아무개 씨는 전북교육청 홈페이지에 일방적인 연장수업과 급식 문제에 대해 학교장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학교 측은 이 씨의 글 가운데 "다른 학교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급식에 만족하는데 우리학교는 똑같은 돈을 내고 있지만 대부분의 친구들이 불만족스러울 정도로 급식이 형편없고, 이는 교장이 뇌물을 받은 것으로밖에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부분을 문제 삼았다. 15일 김제서고 선도위원회는 허위사실 유포로 학교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학칙에 따라 이 학생의 퇴학을 결정했다.
학교명예 위해 학생 퇴학시켜
이 사건에 대해 전북평화와인권연대는 성명을 통해 "학생의 문제제기가 학교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하더라도 학교측이 '처벌'을 먼저 들이대 학생을 잘라내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을 먼저 살피는 것이 순서일 것"이라며 "학교 측은 학생이 제기한 문제가 무엇인지에는 아예 눈을 감고, 그 표현을 빌미 삼아 전학이나 검정고시 응시 기회까지 박탈하는 누가 봐도 과도한 퇴학처분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또 "학생의 게시물이 문제가 된다면 퇴학처분이라는 징계를 결정하기 전 학생이 스스로 문제를 깨달을 수 있는 충분한 교육적 과정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과정은 물론이거니와 학부모와의 상의조차 생략되었다"며 "누구도 납득하기 어려운 비교육적이고 반인권적인 처사"라고 지적했다.
"인권은 교문 앞에서 멈춘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31조에 따르면 징계를 할 때 학교의 장은 △학생의 인격이 존중되는 교육적인 방법으로 해야하고 △그 사유의 경중에 따라 징계의 종류를 단계별로 적용하여 학생에게 개선의 기회를 주어야 하며 △퇴학처분을 하기 전에 일정기간동안 가정학습을 하게 할 수 있다.
서경덕 전교조 전북지부 정책실장은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는 성인이 아닌 학생에게도 당연히 보장되는 것이고 더욱이 민주시민교육을 받는 학생에게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교육적 배려는 그만큼 더 중요하다"며 "'인권이 교문 앞에서 멈춘다'는 것을 너무도 분명하게 보여준 사건"이라고 말했다.
전라북도 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징계는 학교장이 하는데 제적이 쉬운 것이 아니"라며 "정황 상 학교측이 과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9월 29일 학교에서 내용 조사를 마쳤고 원인파악을 위해 학부형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교조 전북지부도 27일 성명을 통해 "비교육적 처사를 도교육청이 수수방관한다면 이는 공범행위나 다를 바 없다"며 "도교육청이 나서서 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또 "해당 학교장도 이번 처사가 잘못되었음을 인정하고 학생을 당장 학교로 복교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유 있는 급식 불만
한편 교육부가 최순영 의원(민주노동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비슷한 급식학생 수의 고등학교를 대조한 결과 급식단가가 2200원인 김제서고가 2100원인 전주 전통문화고에 비해 실제 식재료비는 150원 더 낮았다. 운영비의 경우도 김제서고가 110원 더 높게 책정되어 있는데 비해 이윤율은 김제서고가 9%, 전통문화고는 0%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 전북지부는 "학생 급식의 질적 차이가 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지표"라며 "만약에 김제서고가 이윤율을 제로로 하며, 운영비도 줄이고 대신에 식재료 비용을 더 높였다면 과연 학생들이 급식에 대해 불만을 가졌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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