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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국익 선동에 가려진 인권

황우석 박사의 배아줄기세포연구에 난자를 기증한 여성이 난자채취 과정의 고통과 부작용의 심각성을 알았다면 기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PD수첩을 통해 증언했다. 또 불임전문병원 미즈메디 노성일 원장은 '매매된 난자'를 황우석 연구팀에게 제공했다고 밝혔고, 황 박사는 연구원의 난자가 사용됐음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시인했다. 지금까지 연구원의 난자 사용은 "확인 못했다. 알지 못했다"던 황 박사의 말은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 배아줄기세포연구의 윤리는 땅이 아니라 지하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금의 사태를 보며 과연 여성의 난자를 몸의 일부로 생각은 하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난자를 마치 공장에서 찍어내는 상품처럼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난자 채취 과정이나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여성건강의 위협에 대한 우려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또 난자가 매매됐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연구가 중단될까봐 염려하는 목소리에 묻히며 '쓸데없이 까발려진 것'정도로 넘어가고 있지 않은가. 난자는 단지 배아줄기세포연구의 재료일 뿐이고 여성은 난자를 가지고 있는 대상일 뿐인가? 여성의 몸을 이용하면서 여성의 고통을 간과하고 도구화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이다.

그럼에도 이런 문제제기는 너무나 당황스러운 반격에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고 있다. 연구원의 난자 사용과 난자 기증자의 증언을 보도한 PD수첩은 국익에 반하는 매국노가 되고, 난자를 기증하겠다는 사람은 수백 명으로 늘어나는 한편, 인터넷에서는 '황우석 지지'가 아니면 입도 벙끗 못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전체주의의 도래라고 보기엔 어처구니가 없고 잘못된 국가주의의 발현이라고 규정하기에도 부끄럽기 짝이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배아줄기세포연구에서 여성의 몸·여성의 인권은 사라지고, 윤리적 문제는 '귀찮은 걸림돌'이 되었다.

그토록 강조되는 배아줄기세포연구 성과의 국익은 도대체 무엇인가? 특허를 챙겨서 전 세계 가난한 이들은 거들떠도 못 보게 만들고 벌어들이는 돈을 기대한 국익인가? 아니면, 황우석 효과와 함께 추정되는, 하지만 도무지 확인할 길 없고 막연한 '수백, 수천억의 숫자'에 환호하며 국익을 말하는 것인가? 어째서 '경제적 이익'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사람의 몸에 가해지는 인권침해와 반윤리적 행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넘어서 당당하게 외쳐질 수 있다는 말인가?

이러한 국익 선동의 시작은 다름 아닌 언론이다. 황우석 효과와 특허로 조바심을 키우며 황 박사 사태이후 '황우석 박사는 오늘도 연구실에 출근하지 않고…' 같은 보고를 뉴스인양 내보내며 국익론을 부추긴 장본인이 언론이지 않은가. 언론은 난자 기증자와의 동의과정과 내용, 병원서 넘겨진 난자의 행방, 기증과정에서 발생하는 신체적 위협 등 그 동안 제기된 문제를 밝히기보다는 국익선동과 황우석 스캔들 쫓기에 앞장서왔다. 지금이라도 내동냉이친 언론의 사명을 주워 담기 바란다.

배아줄기세포연구는 불치병과 난치병 치료 연구로 당사자 뿐 아니라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생명을 살리는 일이더라도 또 다른 생명의 희생을 묵인하며 이뤄져서는 안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연구가 여성의 몸에 가해지는 심각한 인권침해의 결과라는 데 우선 주목해야 한다. 인권이 이야기되어야 할 자리에 더 이상 '국익' 끌어들이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