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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기뻐할 수만은 없는 세계인권선언 탄생일

인권단체연석회의, 57주년 기념 '인권난장' 열어

세계인권선언 57주년을 기념하는 인권활동가들의 첫 '인권난장'이 10일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렸다. 인권단체연석회의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50여명의 인권활동가들이 참여해 공원 곳곳에 인권부스를 설치하고 여러 가지 주제로 서명운동을 벌이는 한편 문화공연과 57주년 기념식을 진행했다.

이날 참여자들은 세계인권선언이 현재 한국에서 제대로 실현되고 있지 못하다고 입을 모았다. 세계인권선언 제23조 4항은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가입할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하고 있다. 공원 한켠에서 '삼성바로보기' 캠페인을 벌인 신세계이마트 노동자 이종란 씨는 "노동조합을 만든 첫날 사측은 새벽 1시반까지 조합원들을 면담하면서 삼성 이병철 전 회장이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노조는 안된다고 했다며 그만 포기하라고 경고했다"며 "양심과 인권을 지키기 위해, 내 인간성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면 이마트도 무릎꿇을 날이 언젠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산인권센터 박진 활동가는 "삼성의 성공이 전체사회의 성공인양 삼성이 망하고 이건희가 구속되면 세상이 망한다고 생각하는 '1등 이데올로기'가 가장 위험하다"며 "엑스파일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한국사회의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 기업이 바로 삼성"이라고 말했다.

이주노동자 차별을 반대하는 사진전

▲ 이주노동자 차별을 반대하는 사진전



10월 26일부터 국회 앞 천막농성을 시작한 '기초법 전면개정과 자활지원법 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아래 기초법공대위) 유의선 기획팀장은 "여의도만 추운 줄 알았는데 여기도 춥기는 마찬가지"라며 "노동자 농민 등 모두가 빈곤한 것인 현실인데도 가난은 여전히 인권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능력 문제로 치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초법공대위는 이날 '퀼트'(천조각을 이어 만드는 작품)로 오가는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해 눈길을 끌었다.

무지개 깃발을 들고 참석한 성소수자들은 최근 제작한 '성소수자인권바로알기'라는 책자를 배포하고 청소년 성소수자의 인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스티커 붙이기 행사를 진행했다. "지난달에 성소수자들만 나왔을 때는 어색하고 책자를 어떻게 배포할지 걱정이었는데, 성소수자의 권리를 지지하고 동의하는 인권활동가들과 함께 하게 돼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힌 동성애자인권연대 정욜 대표는 "인권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된 시대지만 성소수자를 포함한 소수자들에게는 이 말이 무의미하게 들리는 현실이 존재한다"며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성정체성으로 분리되는 세상이 아니라 서로 어울려 사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이미 서울역광장·인천문화의거리·중앙대 등에서 성소수자의 현실을 바로 알리는 4차례의 캠페인을 벌인 이들은 이날 올해 마지막 캠페인을 진행했다.

목적별신분등록법제정을위한공동행동은 지난달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국적 및 가족관계의 등록에 관한 법률안'(아래 법무부안)을 반대하며 홍보부스를 차렸다. 타리 활동가는 "법무부안은 신분관계를 가족을 통해서 증명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존 호적제의 악습이 잔존하고 있고 국가가 개인을 통제할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기존보다 더 많이 집적하는 등 프라이버시 보호 측면의 문제도 안고 있다"며 "세계인권선언 선포를 주기적으로 기념하는 한국사회에 선언의 정신이 제대로 구현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목적별신분등록법제정을위한공동행동이 준비한 피켓

▲ 목적별신분등록법제정을위한공동행동이 준비한 피켓



민주적 사법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마로니에 공원에 울려퍼졌다. 민주사법국민연대 집행위원인 김도영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장은 "국민이 사법의 독립을 외치던 시절 권력의 달콤함에 빠져 있던 사법부가 이제는 사법부의 독립을 운운하고 있다"며 "본격적인 개혁에 앞서 부끄러운 과거를 낱낱이 드러내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사법부 독립의 진정한 취지는 국민의 참여와 통제를 통해 실현된다"며 "국민은 사법의 전 과정, 즉 수사, 기소, 판결, 집행, 판검사 임용과 징계, 사법정책결정 등 모든 영역에서 감시와 참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인권선언 제7조는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고, 어떠한 차별도 없이 법의 평등한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권 실현 공대위' 집행위원장인 이창수 새사회연대 대표는 "법 앞에 평등하려면 법원 앞에 평등할 권리, 신속하게 재판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지만 한국의 재판은 돈이 있거나 권력이 있는 사람에게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판결 내용에도 세계인권선언과 그 정신을 이어받은 국제인권규약 등 국제인권기준을 국내적으로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6일부터 오는 13일까지 광화문 조흥갤러리에서 '일하고 쉴 권리'를 주제로 '오늘의 인권전'을 열고 있는 새사회연대는 관련 홍보물을 배포했다. 오영경 활동가는 "인간에게 너무나 당연한 권리인 일하고 쉴 권리가 현실에서 얼마나 구현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전쟁없는 세상'과 평화인권연대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홍보 캠페인을 진행했고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는 이주노동자 차별을 반대하는 사진전을 벌였다. 장애인들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였다.

행사 막바지에는 인권활동가들이 세계인권선언의 1조부터 30조까지 각 조항을 하나씩 차례로 낭독해 선언에 명시된 권리를 상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대체복무제 도입을 촉구하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홍보 캠페인

▲ 대체복무제 도입을 촉구하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홍보 캠페인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장애인들의 부스

▲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장애인들의 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