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기고] 대추리에 들어와서…

전국에 있는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몰려와 평택에 있는 미군기지가 확장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하면서 미국이 전쟁위협을 높이려 하는 것과 군사기지가 확장됨으로서 마을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게 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강제매수'라는 합법적 폭력으로 삶의 터전을 건물 철거용 중장비로 밀어낼 가능성이 임박한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 평택 대추리로 이주해 들어와 살면서 국방부의 강제철거를 막아내는 것이 이곳을 지킬 수 있는 훌륭한 직접행동이지 않을까?

사람들이 살다 나간 빈집에서 침낭 하나 덮고 자면서라도 강제철거를 막아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대추리에 들어왔지만 막상 살다보니 이곳의 구체적인 상황은 생각과는 달랐다. 추운 겨울에 사람이 살다 나간 황량한 빈집에서 강제철거를 막기 위해 국방부가 '쳐들어' 올 때까지 살아보겠다고 한 생각은 무모했다고나 할까? 겨우 하루 이틀 머물다가 갈 곳이 아니라 이곳에서 나의 삶을 깊게 뿌리박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보니 그나마 사람이 '살만한' 빈집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집을 찾기 시작했다.

1년 전부터 이곳에서 자리잡아온 평화유랑단 평화바람 식구들의 숙소에 일단 머물면서 마을순찰을 돌며 빈집을 알아보던 중 운 좋게도 장작을 때는 집을 한 채 찾아냈다. 날을 잡아 집 청소를 했지만, 끊어진 전기를 다시 연결하고 얼어붙은 물 펌프를 살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한 번도 해본 적 없었던 도배까지 해야만 했으니, 하루하루 사람들로부터 꾸중과 잔소리를 듣는 게 일이었다. 장작 때기, 보일러 고치기, 전기 달기 등 도시에서는 돈을 주고 누군가의 힘으로 하던 일을 직접 하려고 하니 처음에는 눈앞이 깜깜했다. 마을주민들의 도움 없이는 조그만 일이라도 집안일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때로는 무기력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래도 요즘에는 간단한 연장으로 할 수 있는 집안일은 혼자서도 할 수 있게 되어 얼마나 뿌듯한지 모른다. 얼마 전엔 비에 젖은 전기 콘센트를 드라이버로 분해해서 말린 후 다시 조립했는데 재미가 쏠쏠했다. 빈집을 청소하다 보면 이제는 생활에 필요한 드라이버, 펜치 등과 같은 생활 공구, 농기구, 형광등, 옷 등이 눈에 쏙쏙 들어온다. 마치 보물찾기에서 보물이라도 찾아낸 기분이다. 도시생활에서는 눈길도 주지 않았던 물건들이 이제는 나의 사랑을 받는 귀중한 것들이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내가 살기 시작한 집은 논길 외진 곳에 위치해 있어서 강제철거가 들어오기 쉬운 국방부의 '테러대상' 일순위로 꼽히고 있다. 이곳은 이미 국방부 소유의 땅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들어와서 살 경우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데, 그런데도 국방부는 사람들이 빈집에 들어와서 살지 못하도록 전 집주인들과 짜고 일부러 집을 망가뜨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한 달여 전에도 사람들이 마을에 몰래 들어와 자기가 살던 집의 창문, 형광등 등을 부수고 수도 모터와 싱크대를 빼가는 '만행'을 저지르는 일이 있었다. 또 설날에는 보일러 물파이프를 모두 끊어놓기까지 했다. 전혀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이미 팔고나간 집에 몰래 들어와서 뻔뻔스럽게 물건들을 부순 사람들도 밉지만, 돈을 미끼로 사람들을 이간질하고 유혹하는 국방부가 더 혐오스럽다.

이처럼 거대한 국가폭력에 맞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국방부의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민들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논밭을 메고 마을에서 살아가는 것 자체가 이곳을 빼앗으려는 국방부에게는 커다란 부담이 될 것이다. 마을주민들은 "올해도 농사짓자"고 외치고 있고 국방부는 어떻게 해서라도 그것을 막으려고 하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나 또한 올해 작은 텃밭을 가꾸며 나의 생활을 이곳에서 더욱 깊이 뿌리박으려고 한다. 먹거리를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길러서 스스로 먹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또한 가능한 한 무엇이든지 버리지 않는 삶을 살 생각을 하고 있다.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하며 대소변에 왕겨를 뿌려 거름을 만들 계획이다. 버려진 농기구를 모아서 사용하고, 농약을 사용하는 대신 자연에서 얻은 것을 바탕으로 농사를 짓고 싶다. 이런 친환경적 삶을 살아야 쓰레기가 줄어들지 않을까.

오늘은 '느림'이 이곳에서 허브를 기르며 주민들과 함께 달거리대를 만들며 살고 싶다고 했다. 다양한 생각으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이곳 대추리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간다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대추리에 오거나 살게 되지 않을까?

아직 이곳 평화촌 마을 구성원들 간의 의사소통의 문제나 여러 가지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소중한 희망을 품고 있기 때문에 나는 지금도 여기서 살고 있다.
덧붙임

메이짱 님은 현재 평택 대추리에서 살고 있는 평택지킴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