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은 돈을 벌려고 일을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돈을 버는 것이 일하는 이유의 극히 일부일 테고 누군가에게는 돈을 버는 것이 일하는 거의 유일한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정도는 다르지만 돈과 무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받기로 한 돈을 못 받게 되면 그냥 넘어갈 수 없지요. 임금체불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고 합니다. 억울한 노동자들이 그만큼 늘어나고 있는 것이지요.
임금체불은 주고받기로 약정한 돈을 못 받는 거라 얼마를 못 받았는지 명확합니다. 노동청이 그나마 구제절차를 두어 처리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런데 받아야 할 돈이 얼마인지 따져보기 어려운 경우는 어떨까요? 반월시화공단의 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한 달에 250만 원 정도를 받고 있었습니다. 최저임금을 훨씬 웃도는 것처럼 보이지만 임금명세서를 따져 보니 시급이 딱 최저임금이었습니다. 그만큼 일을 많이 해서 각종 추가 수당을 받는 것이지요. 노동조건이 비슷한데 200만 원 정도 받는다면 최저임금도 못 받는 셈이 되는 것입니다.
그나마 사업장 규모가 어느 정도 되니 임금명세서라도 받았겠지요. 영세사업장일수록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고, 회사의 취업규칙을 구경하기도 어렵습니다. 내가 일을 해서 얼마를 받아야 하는지 따져보기 어려운 것이지요. 250만 원 정도 받으면 남들 받는 만큼 받는가보다 하지만 정말 받아야 할 만큼 받는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복잡한 법정수단 계산을 다 해보기도 어렵고요. 작업시간 30분 전까지 가서 작업 마치고 30분 넘게 정리하다 오면 그 역시 다 시급을 계산해 받아야 하는데 그냥 관행처럼 무료노동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게다가 영세사업장은 포괄임금계약이 흔하다고 합니다. 한 달 월급은 얼마라고 미리 정해놓는 계약이지요. 일한 시간만큼 임금이 지급되어야 하고, 추가로 일을 할 때 법정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의 근간을 흔드는 계약 형태입니다. 하루에 10시간을 일해도 낮인지 밤인지에 따라 받아야 할 돈이 달라지는데 그냥 정해놓은 돈으로 퉁 치는 것이지요.
이렇게 못 받은 돈들은 모두 체불임금입니다. 줘야 하는데 안 준 돈이니까요. 문제는 못 받은 돈, 지급되지 않은 임금 자체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얼마를 받아야 할지 노동자가 직접 따져보기 어렵게 만들고 그래서 주는 대로 받을 수밖에 없게 하는 구조가 문제입니다. 근로계약을 하면서 얼마를 받는지 동료들에게 말하지 말라는 요구를 하는 사업주도 있다고 합니다.비슷한 이유이지요. 노동청 역시 못 받은 돈을 따져서 진정하면 받아주는 척하지만 노동자들이 일한 만큼 제대로 받고 있는지 지켜보지는 않습니다.
인권운동사랑방 임금팀은 2016년 반월시화공단에서 영세사업장 노동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획을 모색 중입니다. 얼마나 못 받고 있는지 알려주기보다는 제대로 받고 있는지 알아보고 싶어지도록 말을 걸어보려고 합니다. 혼자 계산기 두드려서 알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같이 맞춰봐야 사업주들이 돈을 덜 주려고 어떤 꼼수들을 쓰는지도 투명하게 드러날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너무 낮은 최저임금, 그마저도 다 주지 않는다면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지요.
하지만 당장 못 받은 돈을 받아내는 것만이 목표는 아닙니다. 임금체불을 신고했다가 밀린 임금을 동전으로 받았다는 알바노동자의 이야기도 있지요. 임금체불 진정을 하는 노동자들 상당수는 직장을 그만 둘 마음을 먹고 진정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어려운 도전이지요. 못 받은 돈을 누가 대신 받아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뭉치고 모여서 이야기 나누고 행동하면서 일터를 바꾸는 길이 돈 떼먹히지 않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합니다. 임금을 주는 대로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는 언제든 다시 떼먹힐 수 있으니까요. 우리 주는 대로 받는 사람 아니라고 함께 선언하고 서로 응원할 수 있는 관계를 조직하기 위해 계속 열심히 고민을 이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