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차별’이 특별한 사람들만이 겪는 문제가 아닌 사회가 사람을 갈라놓고 평등과 연대를 훼손시키는 방법이라 생각하며 이에 맞서기 위해 우리가 서로를 연결하며 평등을 회복시켜야 한다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회가 배제하는 목소리들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이야기를 건네는 평등예감 ‘을’ 들의 이어말하기를 지난 6월 시작하여 10월까지 진행하였습니다.
4개월 동안 대한문에 앉아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말을 건넸습니다. 대한문에서 싸우는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존재를 부정당하는 사람들, 가난의 냄새에 대한 혐오로 사회에서 밀려나는 동자동 쪽방촌의 이야기,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휠체어에 탄 자신을 밀어내는 시선에 대한 이야기.. 담담히 말을 건네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우리는 때론 웃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자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습니다. 불안정한 노동자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삶속에서 차별을 만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밥을 하는 노동자이지만 정작 자신이 한 밥을 자신의 돈을 내고 먹어야 하는 사람들, 밥 먹는 시간조차 정해져 있지 않아 눈치를 보며 밥을 먹어야 하는 사람들, 이 땅에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비정규직’의 그늘이었습니다.
그렇게 11월 1일부터 한 달 동안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네트워크에서는 불안정한 노동자와 차별의 현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연결하는 ‘을’들의 이어말하기를 시작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여서, 어떠한 소수성을 지닌 사람이라서가 아닌 이 땅에 사는 사람의 차별과 평등을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11월 1일에 진행된 8번째 이어말하기는 ‘밥 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비단 노동자만의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시설에서 지낸 장애인은 자신이 밥 먹는 시간도, 먹고 싶은 음식도 선택할 수 없었습니다. 오전 8시, 12시, 오후 4시 30분에 정해진 밥 먹는 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밥을 먹을 수 없었습니다. 단지 밥만이 아니었습니다. 6시가 되면 퇴근을 하는 시설직원들은 퇴근을 앞두고 방에 이불을 깔아놓았습니다. 휠체어에 탄 장애인은 어디도 갈 수 없었습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이지만 자신의 의지대로 살 수 없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노동차별’ 소책자 모임에서 만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는 몸이 아파도 쉴 수 없는 비정규직의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학교장이 언제든 해고하거나, 재계약을 하지 않을 수 있는 현실에서 병가를 내는 건 곧 그만둬야 하는 걸 의미했습니다. 그렇기에 몇 년을 일했던 몇 십 년을 일했던 자신이 일하는 공간이지만 자신의 존재는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새롭게 일을 구하기 쉽지 않은 사회, 일을 하지 않으면 먹고 살 수 없는 현실은 그것들을 모두 개인이 받아들이도록 강요했습니다.
새로운 이어말하기를 준비하며 일터, 살아가는 공간, 머무는 공간에서 평등한 사람으로 대우받는 사회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이 생깁니다. 불이익을 받지 않는 것으로부터 시작할 수 도 있습니다. 내가 가진 소수성을 드러내고 동등한 존재로 인정받는 것, 내가 이곳에 존재하며 존재했었다는 걸 증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할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작점에 사람들의 이야기가 존재하지 않는 다면 허울뿐인 구호에 머무르리라 생각됩니다. 11월부터 시작되는 이어말하기에서 나누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허울뿐인 구호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 사람들의 이야기가 연결되며 싸움을 만들고 평등에 대해 함께 머리를 맞대는 이야기입니다.
이어말하기는 계속됩니다. 11월 13일 사람답게 일하고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내 공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앉으나 서나>, 11월 27일 호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부르거나 말거나>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평등이 어디서부터 시작될 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저녁 7시 30분 대한문입니다. 그날 그곳에서 함께 이야기를 이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