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강신욱 대법관의 법무부 장관 인선을 용납할 수 없다
우리는 '유서대필' 사건의 주 검사였던 강신욱 대법관이 5배수로 압축된 법무부장관 후보로 올랐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이 후보들에 대해 면접을 통해 적임자를 선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는 보도를 접하였다.
우리는 강신욱 대법관이 이러다가 법무부장관직을 꿰차고 '개혁 장관'으로 둔갑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대표적인 정치검사였던 그가 인권·시민단체들의 빗발치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대법관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하여 인권의 보루라는 대법관의 자리에 올랐던 경력이 있으니 말이다.
1991년 5월 위기에 몰린 노태우 정권을 구출해내고, 민주세력을 사람의 목숨마저 투쟁의 도구로 삼는 부도덕한 세력으로 매도하는데 이용된 것이 이른바 '유서대필' 사건이었다. 이 사건의 담당검사였던 강신욱씨는 '친구에게 써주며 죽으라고 했다'는 세상에 없을법한 파렴치한 죄로 무고한 젊은이를 감옥에서 청춘을 썩게 함으로써 이 사건을 '훌륭하게' 마무리하고 이후 고검장을 거쳐 대법관까지 오른 인물이다.
사건 초기부터 유서대필 사건의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계속되었다. 2000년 대법관 후보 인사청문회에서도 드러났듯이 당시 김기설씨의 여자 친구였던 홍씨가 강압에 의해 허위진술을 하였고, 필적 감정을 맡았던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문서분석실장이 상습적인 허위 필적감정으로 구속되어 감정 결과를 신뢰할 수 없고, 더욱이 당시 국과수에 의뢰한 필적이 사망과 근접한 시기의 필적은 제껴두고 중학교 때의 필적을 감정 의뢰하였음이 드러났다.
또한 2001년 엠비시 방송국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이제는 말할 수 있다'-'91년 5월 죽음의 배후'(연출 홍상운)에서는 이른바 김기설 유서대필 사건을 추적, 고 김기설씨의 아버지를 비롯해 미국, 일본, 한국의 필적 전문가들로부터 유서가 김기설 씨의 필적이 맞다는 검증 평가를 받아내기도 했다. 결국 유서대필 사건의 유력한 증거라는 것이 모두 부정된 것이다. 그럼에도 강신욱 대법관은 2000년의 인사청문회에서도 자신의 결백만을 주장하였다.
우리는 강신욱 대법관이 대법관의 자리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이 나라의 인권운동과 민주화운동을 모독하는 것인데, 사법개혁과 반인권적 법제의 개혁을 담당해야 할 차기 정부의 법무부장관이 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요구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강신욱 대법관을 장관 면접 대상자에서 제외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과거의 반인권 전력자가 이 나라의 법과 인권을 다루는 자리에 있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 아울러 아직껏 밝혀지지 않은 유서대필 사건의 진실 규명을 차기 정부는 약속해야 한다.
2003년 2월 19일
인권운동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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