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 자원활동가
그동안 가끔 쓰는 일기 말고는 특별히 글을 써 본 적이 없는 내게 하루소식 기사를 쓰는 일은 모자란 나를 대면해야 하는 편치 않은 시간들이었다. 제한된 지면과 글자수에 맞춰 어떻게 하면 취합한 정보와 사실들을 잘 묶어서 인권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본질을 꿰뚫고 독자의 눈에 잘 들어오고 나아가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기까지 하는 글을 쓸까 모니터 앞에서 아등바등했지만, 무심한 커서만 깜빡거리기 일쑤였다.
하루소식 기사를 쓴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성향과 기사를 쓰는데 있어 요구되는 조건들이 멀리 떨어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내성적인 성격이라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먼저 말 거는 법이 없는 내게 인터뷰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전화로 인터뷰를 할 때조차도 긴장이 되어서 쭈뼛쭈뼛 해하며 핵심적인 질문을 놓치곤 했다. 평소 필기를 않고 시험기간이면 노트를 복사해서 보던 습관과 선천적 악필 때문에 취재할 때 필요한 속도로 기록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내가 쓴 글씨를 해독할 수가 없어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이러한 조건 하에서도 하루소식의 평균적인 질을 좀 저하시켰겠지만, 기사 펑크 안내고 무사히 한 달을 마친 스스로가 대견스럽다.
하루소식 취재를 다니고 기사를 쓰면서 많은 사건들과 인권문제들이 주류 언론에 의해 외면 받거나 그 본질이 왜곡된 채 보도되고 있다는 걸 봤다.
8월의 후반부 화물연대는 두 번째 파업에 들어갔다. 한겨레조차도 파업을 비판하는 논조의 글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주류 언론들이 화물연대의 파업에 대해서 나라경제를 망치는 역적으로만 말할 뿐 화물연대가 왜 파업을 또 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열악하다 못해 벼랑 끝에 선 생존권에 대해서도 5.15노정합의를 이행하지 않은 채 화물연대 탈퇴를 종용하는 운송업체에 대해서도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는 정부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한총련 학생들이 미국의 스트라이커 부대 훈련 시위에 대해서도 주류언론은 정확한 정황에 대해서는 입다문 채 한총련을 강경하게 비난했다. 학생들의 시위는 한반도의 긴장을 부추기는 미국의 전쟁 훈련을 막고 국민들에게 알려내고자 맨몸으로 뛰어들었던 평화를 위한 평화적인 시위였다. 취재과정에서 듣게 된 ?부대진입시위가 실정법 상으로는 범법행위이지만, 그 범법행위가 더 큰 범죄를 막을 수 있을 때에는 정당화 될 수 있다?는 한 인권활동가의 말이 가슴에 남는다. 우리에게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끔 하고 활동의 테두리를 생각하게끔 하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실정법이 완전하지 않고 국가보안법과 같은 반인권적 악법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합법의 경계를 뛰어넘는 월경을 시도하지 않는 한 아직은 인권보장과 완전히 일치하지 못하는 법체제 하에서 진짜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생각케 해주었다. 그리고 학생들의 행동은 그것을 몸으로 보여준 순수하고 용기 있는 것이었다.
주류언론이 엄청난 물량으로 불평등한 체제를 옹호하는 이념을 생산해내고 억압받는 이들의 행동을 왜곡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이것에 대항해서 진실을 알리는 일은 꼭 필요하다. 하루소식이 낮은 곳에서 억압받는 편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확성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루소식이 지금 당장 세상을 크게 바꿀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처럼 하루소식이 존재함으로서 억압하고 착취하는 이들의 잠자리가 불편하고 입맛을 잃게 만들어 저놈의 인권하루소식이 없어져야 내가 좀 편하겠다?라고 생각하게끔 하기 위해 지금도 낮에 뛰어다니고 밤늦게까지 컴퓨터와 싸우고 있을 기자 동지들에게 바란다.
마지막으로, 10년을 맞은 하루소식이 10년 동안 이뤄낸 성과와 축적된 노련함도 있겠지만, 10년의 무게만큼 몸이 무거워져 변화와 발전의 요구에 둔감해질 위험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루소식 편집장과 기자들이 외부의 적과 함께 내부의 적과도 훌륭하게 싸우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