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팃 보고관에게 제출한 2004년 12월 보고서
유엔 북인권상황 특별보고관 비티트 문타본씨에게
한국에서 인사를 보냅니다. 우리는 92년 설립된 독립적인 인권단체인 ꡐ인권운동사랑방ꡑ입니다. 사랑방은 ꡐ한반도인권회의(Soildarity for Human Rights)의 일원입니다. 인권운동사랑방은 인권하루소식을 발간하며 인권교육, 인권자료실 운영, 인권영화제 개최, 국가보안법 폐지운동, 경제․사회․문화적 권리 옹호활동 등을 하고 있습니다. 북인권문제는 한반도 전체의 인권과 평화에 중요하기에 남한의 인권단체 중 하나로서 저희의 의견을 귀하에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북 인권문제는 귀하도 언급했듯이 ꡐ핵심적 난제ꡑ(key challenges)를 안고 있습니다. 이에 2004.10.28. 유엔총회 제59차 회의 제3위원회, 항목 105(C)에서의 귀하의 발표문에 대한 의견을 전하고자 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귀하의 발표문에서 언급된 내용의 순서대로 우리의 의견을 정리했습니다.
A) 건설적 요소들(Constructive Elements)
첫째, 귀하의 견해는 옳다. 북은 국제사회의 일원이고, 유엔의 회원국이며, 여러 국제인권조약의 당사국이다. 귀하도 지적했듯이 북은 국제조약 당사국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해왔다. 북이 거부한 것은 인권을 빌미로 한 정치공세인 대북결의안일 뿐이다. 따라서 북이 인권협력 채널을 지속시킬 수 있도록 북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는 이와 같은 다자간 대화의 틀을 선호하며, 국제사회가 유엔의 틀 안에서 북과 대화하길 바란다. 단, 유엔이 해야 할 일은 정치적 공세를 펼치는 행위자들의 개입을 최소화하여 유엔과 북이 진정한 인권대화를 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테면 인권문제 뿐 아니라 정치문제도 다루는 유엔 특사(envoy)의 파견은 이러한 목적에 있어 좋은 출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셋째, 넷째 부분에서 귀하가 서술한 바대로 북은 고립을 원하고 있지 않다. 접근가능성은 상호적인 것이다. 외부의 압박은 북을 위축되게 하는 한편 체제붕괴의 불안감을 가중시켜 외부의 접근을 더욱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이 내놓은 ‘북인권법안’ 이다. 부시행정부는 최근 북에 대한 기본정책으로 체제변형을 시도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와같은 상황에서 상호신뢰와 협력을 말하는 것은 립서비스일 뿐이다. 안정적인 대화의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 유엔의 역할이다.
다섯째에서 귀하가 서술한 바대로 북 헌법과 형법 등은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고 있다. 헌법은 1948년에 제정됐고, 72년, 92, 98년에 개정됐다. 형법은 50년 제정되어 74년, 87년, 95, 99년, 2004년 개정됐다. 최근 긍정적인 변화는 2004년 4월에 개정된 형법의 내용이다. 그간 문제시돼왔던 유추해석이 없어지고 ‘죄형법정주의’가 확립됐다. 또한 상당수 범죄에 대해 형량이 완화됐다. 이는 유엔자유권위원회의 2001년 권고내용의 이행으로 볼 수 있다.
B) 구체적 난제들(Specific Challenges)
첫째, 식량권과 생명권
식량권 위기는 90년대 중반에는 최악이었으나 점차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도 상당히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국제사회의 원조가 큰 힘이 되어주었다. 분배의 투명성이 논란이 돼왔지만, 국제적으로 신망받고 있는 WFP, CARITAS에 의하면 분배에 있어 발생하는 보편적 문제는 존재하나, 북인권문제를 선정적으로 제기하는 단체들이 주장하는 북만이 가지는 특수한 투명성문제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조건 없는 인도적 지원과 북의 자생력확보를 위한 기술협력 프로그램의 제공이다.
둘째, 개인의 안보권, 인도적 대우를 받을 권리, 차별금지의 권리, 사법정의에의 접근효과성
정치범수용소의 존재 여부 및 그 규모는 정치적 공방이 돼왔다. 이는 독립된 대규모 수용소가 발견된다면 자연스럽게 밝혀질 문제이다. 일부에서는 노동교화소를 ꡐ정치범수용소ꡑ로 이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북에서의 ꡐ노동교화형ꡑ은 형법에 명시적으로 규정된 형벌로, 이는 다른 나라들의 징역형에 준한다. 노동교화의 대상은 대개 일반형사범이며 법절차에 따라 교화 수단으로 부과되는 노동은 자유권규약이 금지하는 ꡐ강제노동ꡑ은 아니다. 그러나, 충분한 영양과 의료 등이 공급되지 않는 상황에서 지나친 노역으로 인해 많은 수용자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는 강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02년 유엔에서 채택된 고문방지협약 선택의정서가 발효되고 있지 않다는 데서 드러나듯 각국은 수용시설에 대한 국제기구 방문조사를 꺼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보편적인 국제기준의 수용을 각 국에 촉구하는 한편, 북에도 그 절차에 따라 수용시설 내 인권침해에 대한 국제기구의 모니터링을 수용토록 하는 방안을 장기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사법부의 ꡐ독립성ꡑ과 ꡐ공정성ꡑ 문제에 관해서 살펴보면, 북 헌법상 최고재판소장은 최고인민회의의 소환대상이다. 원칙적으로는 사법부에 대한 민중통제장치로서 인민소환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동시에 존재하는 또 다른 원칙은 당의 정책과 노선에 합치되는 범위에서의 독자성을 가질 뿐이라는 것이다.
한편 어느 나라에서나 인권침해가 발생할 때 효과적인 구제를 할 수 있는 법․제도가 존재하는지는 중요한 문제인데 현실적으로 북에는 법제도의 실효성을 독자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국가인권기구나 민간인권단체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셋째, 거주이전의 자유에 관한 권리, 이주자들의 보호
북인권문제가 국제적 문제로 비화된 계기 가운데 하나가 북이탈주민의 문제이다. 북을 이탈하는 상당수의 주민들은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탈북의 원인은 일부 탈북지원단체나 선교단체에서 주장하듯 정치적 박해만은 아닌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북이탈주민은 국제법이 규정한 난민에서부터 생계를 위한 이주노동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성격을 띄고 있다. 최근에는 보상금을 노린 브로커들이 사주하는 이른바 기획탈북(탈북자들이 대량으로 재외공관 등으로 진입)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탈북 브로커들이 탈북자들을 감금 및 폭행, 금품갈취를 해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또한 이 경우에 탈북을 유도하는 지원단체나 선교단체들은 이들이 정치적 박해를 피해 탈북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난민’으로 선전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유엔은 북인민의 탈북을 조장하는 것이 북인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보다는 그들의 인권을 심각히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북이탈주민의 유형이 다양하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유엔의 해법도 다각도로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 북이탈주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ꡐ이주노동자ꡑ에 대해서는 중국, 러시아, 미국, 일본, 남한, 북 모든 관련국이 ꡐ이주노동자 협약ꡑ을 비준하는 등 보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한편 북이탈주민이 본국으로 송환된 후 박해받을 우려와 관련하여 2004년 개정된 북 형법은 이들을 ꡐ경범죄ꡑ로 처벌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즉, 다른 나라의 출입국관리절차 위반 수준으로 처벌수위를 완화한 것이다.
넷째, 자기결정권, 정치참여의 권리, 정보획득의 권리, 의사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종교의 자유
종교탄압, 검열, 집회․결사의 자유 제약, 정보접근권 및 이동의 자유 등에 대한 제한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헌법상 권리의 열거와 그 실제적 보장 사이에는 간극이 있는 것이 사실이나, 어떤 체제이건 간에 표현과 양심의 자유 등 기본적 인권을 무시하고 그 체제가 목적하는 바를 성취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북도 그간 제기돼온 문제들을 둘러싼 법과 관행에 대한 재검토를 촉구한다.
북에 대한 권고부분에서(북은 다음을 이행해야 한다)
귀하가 언급한 평화와 탈군사화는 적절한 지적이었으나 이는 북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세계적 수준에서는 냉전이 이미 끝났으나 한반도에는 여전히 냉전구조가 잔존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평화와 탈군사화가 이루어질 수 없다. 한반도 냉전 해체를 위해서는 남북의 평화공존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남한의 법과 제도가 평화공존을 가로막는 경우도 있는데 특히 국가보안법은 한반도의 평화공존을 위협하며 악법으로 시급히 폐지되어야 한다. 또한 북과 미국, 북과 일본 사이에서 발생하는 군사적이며 정치적인 긴장관계를 해소하고 평화적 관계정상화를 이루는 것이 필수적이다.
고립과 압박을 통한 인권개선은 불가능하며, 온전한 인권의 향유는 국내적 노력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지원과 협력을 통해 성취될 수 있다. 북사회가 처해 있는 국제적 상황은 전쟁위협과 긴장으로 점철돼 있다. 한 국가의 인권신장을 위해서는 대내외적 평화의 확보가 중차대한 과제임을 두말할 나위가 없으며, 북의 인권신장을 위해서는 한반도에 평화적 국제질서를 조성하기 위한 유엔의 노력이 무엇보다도 절실하다. 나아가 유엔은 상호신뢰의 증진을 통해 북이 인권논의의 장에서 실질적인 협력을 도모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귀하가 제기한 북에 대한 권고 중 사형에 대하여 우리는, 사형의 방식(ꡐ공개ꡑ처형)과 사형의 이유(정치적 동기)가 쟁점이라고 본다. 전자에 대해서는 방식이 문제될 뿐 아니라 사형제도 자체의 유지가 문제된다. 후자는 99년 북형법의 47조 등이 자유권규약(ICCPR) 6조 2항의 ꡒ가장 심각한 범죄에만..ꡓ 사형을 부과하는 조항에 위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북은 2001년 자유권위원회에 기존 형법에서 사형조항을 대폭 줄였고, 나아가 사형제도 폐지를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관련국들은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시민․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선택의정서ꡑ에 가입하여 전 세계적인 사형제 폐지 움직임에 동참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귀하가 제기한 ꡐ기술 협력ꡑ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북이 참여할 수 있고, 남한이 재정적 지원이 가능한 건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현행 결의안에 명시된 기술 협력 프로그램은 북이 결의안을 전면 거부하고 있고, 북과 화해협력을 지속해야 하는 남한 역시 북이 전면 거부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유엔 결의안에서 기술협력프로그램을 분리하여 고등판무관실이 관장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국제사회의 의무에 대하여(국제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은 다음을 이행해야 한다)
귀하도 언급했듯 국제사회는 건설적인 영향을 행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유엔의 틀 안에서 북인권 문제를 다루어야 하고 특히 북핵 관련 당사국의 건설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북정부의 국제 현안 중 최우선 과제는 핵문제이다. 핵 갈등에 봉착해 있는 북으로서는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특히 미국이 진정으로 북의 인권개선을 희망한다면 우선 북핵문제부터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하며 인권문제는 유엔의 틀 안에서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인권법에 명시된 재정적 지원을 유엔기술협력프로그램에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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