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자원활동 분야 중에, 나는 집에서도 일을 할 수 있는 자료실 일을 하게 되었다. 그 때 자료실에서는 인권하루소식 데이터베이스 구축 작업이 한참 진행 중이었다. 인권하루소식 파일을 풀고, 그 푼 것을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하고, 그리고 분류하는 그 작업에서, 나는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하는 작업을 맡았다. 작업이라고 해도, ‘복사’해서 ‘붙여넣기’한 다음, 문단 구분을 위해 적절히 줄 바꿈을 해주고 ‘확인’을 누르면 되었다.
단순하고 간단한, 그리고 어찌 보면 기계적인 작업이었지만, 나는 한눈을 판 덕에 나름대로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입력 작업을 하면서 특히 문단 줄을 맞추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사의 내용을 읽게 된다. 처음에 나도 그저 그렇게 내용을 훑어보는 정도였지만, 곧 나는 의도적으로 기사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빠른 데이터베이스 구축과는 거리가 먼 행동이었지만.)
97년도 기사였는데, 그 당시에 일어났던 사건들에 대해 나는 너무나 모르고 있었기에 읽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의 인권 수준이 높지는 않다는 것은 모르는 것은 아니었으나, 80년대에나 일어났을 법한 사건들이 97년에 일어났다는 것은 너무 놀라웠다. 그 이후로 2000년대도 믿을 수가 없어서 최근 신문기사를 더욱 자주 보게 되었다. 무지했던 것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러나 마치 인권교육을 한참 받고 난 기분이었다고 할까. 늦게 알게 되더라도 안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데이터베이스가 완성되고 나서 아까울 정도로.
데이터베이스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지금, 나는 자료실에서 자료를 수집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인권운동에서,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내가 그 일부를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 즐겁다. 특히 바로 지금의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자료수집 활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막연히 알고 있을 사건들을 정확히 알고, 그에 대한 나의 생각을 키울 수 있어서 더욱 좋다. 물론, 조사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필요한 자료와 필요하지 않은 자료를 구분하는 것이 어렵고, 필요한 자료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 지에 대해 감을 잡지 못하긴 하지만 말이다.
며칠 전, 마지막으로 인권운동사랑방에 간 날에는 처음으로 자료실에 자료를 꽂아 정리하는 일을 했다. 자료 분류표를 보고 영역의 크기에 놀란 적이 있었는데, 직접 자료를 정리해 보니 더욱 실감이 났다. 내가 모은 자료도 저 안에 언젠가는 들어갈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이득이 더 많을 것이다, 자료가 늘어날 인권운동사랑방에나, 앞으로도 계속 살아갈 나에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