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정부의 학문·사상·표현의 자유 공청회
‘통일정책 추진 방해되는 진보학문 탄압 전초전’
<한국사회의 이해> 폐강조치와 함께 경상대 교수8명이 30일 강제구인에 응할 것을 밝힌 가운데 경상대 사건에 대한 학술적 평가와 함께 적법성여부를 논의하는 토론자리가 많은 사람들의 열띤 참여속에 열렸다. 「학문·사상·표현의 자유수호를 위한 공동대책위」(상임대표 고철환 민교협 상임의장)는 29일 변호사회서초별관에서 ‘김영삼 정부와 학문사상표현의 자유’의 주제로 공청회를 마련했다.
김상곤(민교협 교육위원장) 교수는 “89년과 94년 모두 공안세력 주도하에 남북문제를 대처해 나간다는 것과 국민의 기본권 요구를 압살하고 이를 주도하는 민주화추진세력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89년 6공 당시의 공안정국과 94년 최근의 정국 구도는 청와대를 구심으로 검찰 및 안기부 등의 공안세력과 내무부, 교육부, 법무부, 공보처 등이 대책과 방안을 조율하고 언론이 바람잡이 역할을 자임하는 구도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보았다.
또한 89년에는 전교조 등 교육민주화운동이 공안정국의 주요 타격대상이었다면 이번에는 학생운동 및 노동운동이 공안정국의 1차 공격대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교수는 “89년 13대 대통령선거의 공약사항이었던 중간평가약속을 무효화시키고 권력기반을 재생산하려는 기도가 맞물렸다면 이번에는 민자당내 민주계와 공화, 민정계간의 대립적 파벌을 해소하고 내년 선거정국에 대비한 권력기반을 확충한다는 것이 주요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김교수는 또 경상대 사건은 지방소도시 대학의 교수들을 표적으로 삼아 공안몰이의 희생양으로 삼으려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는 반 김영삼 정권 세력에 대한 제거작업의 하나이며 지배집단의 권력기반 확충과 권력중심의 통일정책을 추진하는데 방해가 되는 진보학문을 탄압하고 비판적인 교수를 무력화하려는 전초전의 성격을 띤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그는 한 사회의 학문과 사상의 발전은 자유로운 연구와 토론을 통해 비로소 가능하며, 고전적 시민권인 학문·사상·표현의 자유는 다수의 횡포로부터 소수의 입장을 보호하기 위한 근대 사회발전의 기본장치였음을 강조했다. 그는 대학교육조차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관제 이데올로기 암송 수준에 묶어 놓으려는 정부의 시도가 국민의 기본권적 자유가 어떤 수준까지 추락할 것인지에 우려를 나타냈다. 따라서 경상대 교수들에 대한 공안정국의 탄압사례는 단순히 특정교수들에 대한 진보적 학문에 대한 탄압만이 아닌 전반적인 국민기본권에 대한 탄압으로 해석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오(학단협, 계명대 사회학)교수는 ‘<한국사회의 이해>에 대한 학술적 평가’에서 경상대 사건은 ‘달리 생각하는 자를 용납할 수 없었던’ 냉전 전시체제의 유산이라고 말했다. <한국사회의 이해>는 수많은 진보적 입장의 저작물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내놓았다.
민변의 신장수 변호사는 사법심판에 오른 서관모 교수 사건, 서울사회과학연구소사건, 사회주의과학원과 조국교수사건을 짚어보았다. 신 변호사는 국가보안법의 위헌성을 지적하면서 이 사건에 이적표현물 제작, 반포규정을 적용하기에는 “표현물이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어야 한다”는 구성요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학문은 학문으로 비판되어야 하며 사법적 강제로 재단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