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후3시에 흥사단 강당에서 '박종철 열사 제 8주기 추모 및 기념강연'이 박종철기념사업회 주최로 열렸다. 이 행사에는 신창균 전국연합 고문, 김승훈 박종철기념사업회 회장, 유가협, 민가협 어머니, 재야 인사와 학생등 150여명이 참석하여 8년전 고문으로 희생된 박종철 열사의 뜻을 기리고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2부 기념강연에서 김승훈(여의도 성당 주임신부) 박종철기념사업회 회장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고문의 피해자가 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 고문방지협약에 가입한 것은 우리를 고무시킨다"면서도 "협약의 핵심적 내용인 두 선택 조항을 수락하지 않은 점에는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당국의 재고와 올바른 국회 심의를 촉구하였다. 또, "국가보안법의 철폐와 이 법률의 적용으로 감옥에 갇혀 있거나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석방 등의 배려가 통일을 준비하는데 있어서 시급한 사안으로 요청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강연에서"고문이 근절되지 못하고, 과거의 잘못된 정치 관행이 지속된다면 우리가 어떻게 죽은 넋들 앞에서 떳떳할 수 있겠는가?"고 묻고, "죽어간 이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는 고문이 없는 사회,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누리고 또한 국가와 제도가 이를 뒷받침해 주는 사회를 구현하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등단한 안상수 변호사(당시 고문치사 사건수사검사)는 "당시 부검을 하자마자 박군이 물고문을 당하던 중 욕조턱에 목이 눌려 사망한 사실을 알 수 있었다"며 범인 3명이 더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고 당혹감과 절망감을 느꼈다고 술회했다. 당시 고문치사 은폐, 조작사실을 재야세력이 은인이 되어 이를 폭로함으로써 이들을 구속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박종철 열사의 기념사업을 정부 차원에서 전개할 것과 정부가 하기 전이라도 재야세력이 모금운동을 벌여서라도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경기도 마석에 있는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에서는 재야인사와 학생 등 약 100명의 추모객이 박종철 열사의 묘역에 모여서 그의 뜻을 기렸다.
한편, 박종철기념사업회는 지난해 연말 운영위원회를 열고 지속적인 반고문운동의 전개, 박종철 열사 추모관의 건립 등을 적극 추진키로 하고,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당시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던 인사들을 적극 영입하고 회원을 다시 모으기로 하였다.
- 325호
- 1995-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