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군 수지면 주민 강제철거 맞서 고공철탑 농성 138일-
용인군 수지면은 80년대말 집값, 전세값 폭등을 견디지 못하고 서울서 내려온 사람들이 비닐하우스에 꽃을 가꾸거나 주변 신도시 아파트 일용건설노동을 하며 근근히 살아가는 작은 시골 마을이었다. 93년 10월 이 지역 대지 약 20만평에 택지개발예정고시가 내려진 뒤 집들이 팔려나가고, 집주인들은 보상금과 아파트 청약권을 받아 떠나기 시작했다. 95년 3월 보상이 시작되면서 1백30가구가 떠나가고, 갈 곳도 보상금도 없는 세입자 6가구만이 남아 있었다.
이미 철거가 시작되어 빈집과 허허벌판이 되어버린 이곳에 마지막까지 남은 6가구 주민들은 경찰들의 잦은 순찰과 철거깡패들의 강제철거위협을 감시하고 막아보기 위해 골리앗(철탑)을 세웠다. 골리앗은 이들에게 유일한 무기였다. 그동안 경찰은 골리앗이 ‘무허가건축물’이라며 부수려 들어와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 일로 인해 주민 권미향(36)씨와 권종택(40)씨는 업무집행방해로 전국에 수배가 내려졌고, 급기야 추석을 며칠 앞둔 지난해 9월5일 경찰과 철거깡패들은 골리앗 철거와 권씨등을 연행한다는 이유로 5박6일동안 골리앗을 포위해 사실상 ‘감금’당하기도 했다. 전국수배가 내려진 뒤 골리앗에서 한발짝만 나가도 연행하겠다는 경찰때문에 권씨등 주민들은 이곳에 살림도구를 놓고 숙식할 수 밖에 없었다.
골리앗 철거에 7천만원
그렇게 골리앗 농성을 전개하기 138일, 이번 일은 이런 상황에서 일어났다. 주민들은 한결같이 신씨의 죽음은 아무런 대책없는 동계 철거가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경기지역철거민연합」 남경남의장은 “화재의 원인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무런 예고도 없이 한겨울 새벽에 강제철거를 하려 한것은 철거민을 죽이려 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냐”며 대책없는 겨울철거를 이유로 들었다. 남씨는 “철거에 나선 용역전문업체 호삼개발(주)은 토지개발공사로부터 ‘철거민들을 철탑밑으로 끌어내리기’만 하면 7천만원을 받기로 계약이 되어 있었다”며 이들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불을 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했다.
철거반원 방화 가능성 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주민 이범익씨에 따르면 당일 새벽 4시까지 5명은 잠을 이루지 못하다. 잠깐 눈을 붙이고 있는 사이 아래층에서 소리가 들려 깨었을 땐 이미 철거반원들이 사다리를 통해 잠자던 그들에게 접근하던 중이었다. 곧 이어 이씨와 조직부장 권정택(사망한 신씨의 남편)씨는 철거반원들에 둘러싸여 구타를 당했고, 그 와중에 대학생 안석재씨와 2명의 부녀자는 윗층으로 피신하였다. 얼마 후 철거반 용역반원 중 몇몇이 주방에 있던 3개의 가스통 중 2개를 아래로 던져 버렸고 1개는 미처 제거하지 못한 상태에서 “불이다”고 외치며 아래층으로 뛰어내렸다고 한다. 이에 이씨와 권씨는 각기 다른 방향으로 뛰어내렸으며, 권씨는 지상에서 철거반원에 붙잡혀 또 폭행을 당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화재의 원인에 관하여 이씨는 불이 주방에서 보온덮개로 사용중이던 카시미론 담요에서 붙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