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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스러져가는 뇌성마비 장애인의 사랑


자신보다 더 불우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살겠다는 장애인 이동원씨의 꿈. 그 꿈이 회색빛 병실에서 소리 없이 스러져 가고 있다.

'자원봉사병원, 무료학교, 고아원, 양로원, 미혼모들을 위한 모자원 설립'. 실현여부를 떠나 이씨가 소중히 간직해온 꿈이다. 그러나,"어떻게 재원을 마련할 수 있겠냐"는 기자의 물음에 "현재 3천만원 정도를 모았는데, 주위에서 도와주셔야죠"라며 미소짓는 이씨의 표정에는 진한 허탈함이 묻어 나온다.

이씨는 생후 1개월만에 장애자가 됐다. 그러나, 독학으로 고등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방송통신대 농학과에 입학할 만큼 이씨는 정상인과 다름없었다. 틈틈이 한푼두푼 모은 돈을 유니세프 등 각계 사회단체에 익명으로 보내면서도 "좋은 일을 하는데 어떻게 이름을 알릴 수 있느냐"고 이야기하는 이동원씨. 어떠한 동정도 바라지 않는다며 오로지 인류의 헌신적 사랑을 기다린다고 말하는 이동원씨는 정상인보다 나은 사람이었다.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이곳저곳 취직을 알아봤지만 뇌성마비장애인을 받아줄 만큼 이 사회는 관대하지 않았고, 어떠한 동정도 필요 없다던 이씨는 스스로의 힘으로 기금을 마련해 보겠다며 94년 4월부터 볼펜, 악세사리 행상에 나섰던 것이다.

그러나, 사건 발생 이후 이씨는 충격과 실망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 동원 씨의 꿈을 이루기 위해 새출발 해야되지 않겠냐"는 물음에, "사회가 어떻게 이 지경까지 갔는지 모르겠다"며 힘없이 고개 숙이는 그에겐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못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