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4일부터 5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제3회 서울장애인권영화제(장애인문화공간·다큐인 공동개최)는 장애인과 영상매체간의 이러한 공식을 근본적으로 성찰하게 하는 시도로 눈길을 끈다. 상영목록에 있는 국내외 총 15편의 작품들 중에는 장애인 당사자들이 직접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문제를 이야기 하는 것에서부터 장애인·비장애인의 공동 영화제작까지, 다채로운 이력을 지닌 작품들이 선보일 예정이다. (사)한국여성장애인연합이 기획제작한 <길은가면, 뒤에있다>(2004, 다큐, 54분, 이수경 연출)는 가족과 일상생활 등에서 소리 없이 배제되고 억압 받는 장애여성들의 현실을 담담한 인터뷰 형식으로 담아냄으로써 장애여성의 인권을 다시 한번 공론화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외출 혹은 탈출>(2004, 다큐, 12분, 김주영·김언식·홍승아 공동연출), <난 그냥 여성이고 싶다>(2004, 극, 7분, 김정희·김재우·박성준 공동연출)에서는 연출자로 장애인들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나섰는데, 특히 작품에 직접 출연하기도 하는 <외출 혹은 탈출>의 김주영씨(27세, 뇌성마비)는 휠체어를 탄체로 카메라를 들어 작품촬영에 임했다고 한다.
한편 서울장애인권영화제는 영상을 매개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 장애인의날(4월 20일)을 맞아 주관하는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 흐름에 결합한다는 취지하에 '진보적 장애영상교육'을 주관한다. 박종필 감독(다큐인)은 본 교육과정의 목적을 "장애인권진영이 대내외 적으로 만들어가는 투쟁현장의 목소리를 시시각각 인터넷 등의 매체를 통해 알려낼 수 있는 영상운동가를 양성토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가 장비지원을 하며 '노동의 소리'와 '비정규직완전철폐를위한 영상프로젝트팀'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독립다큐멘터리 감독들이 자발적으로 강의를 도맡는 등 여러 어려운 제반여건 속에서도 이번 교육에 대한 관심과 지원의 손길은 뜨겁다. 박감독은 "장애인 문제에 관한 한 당사자들이 만들어 낸 영상 속에서 장애인이 더 이상 '대상'이 아닌 주체로 서게 될 것"이라며 "장애인 스스로가 만든 영상물이 일반 대중과 소통할 때 보다 강력한 설득력을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동권을 비롯해 교육·문화 분야 등 수많은 권리로부터 배제되어온 장애인들이 영상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또 하나의 커다란 도전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박감독은 충분히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기존의 비장애인의 미학으로 영화를 대하는 태도 또한 문제"라고 말했다. 일례로 "휠체어에 앉아 카메라를 들어야 하는 장애 연출자들이 만들어내는 영상은 안정적인 화면에만 익숙해져있는 대중들에게 낮설고 불편한 것"일 수 밖에 없다는 것. 장애인의 손으로 만든 영화가 제작에서부터 감상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영화관습을 새롭게 재정립하는 날을 기대해본다.
덧붙임
관련 홈페이지 : http://www.420.or.kr/f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