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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인터뷰> 범국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박석운(노동정책연구소 소장)

"개별 조항 쟁점화 불순한 의도"


한 달 가까이 끌어오던 총파업국면이 일순 소강상태를 맞고 있는 가운데, 향후 총파업투쟁이 어떻게 전개되어 나갈지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다. 지난 한 달간 노동진영의 총파업 투쟁을 선두에서 지휘한 곳이 민주노총이었다면, 양심적 사회세력을 대표해 투쟁을 이끌어온 곳이 「노동법·안기부법 개악철회와 민주수호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다. 전국의 거의 모든 민주사회단체와 종교인, 학자 등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범국민대책위는 민주노총의 완급조절에 따른 소강국면 속에서 악법 무효화를 위한 국민적 저항과 투쟁을 지속·확산시켜야 한다는 주요한 과제를 떠 안고 있다. 범국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인 박석운(노동정책연구소 소장) 씨를 만나 총파업투쟁의 의미와 앞으로의 과제 등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숨가쁘게 진행되었던 1차 총파업투쟁을 되돌아 본다면

=노동자의 잠재력과 투쟁력을 확인한 것이 무엇보다도 소중한 성과였다. 겨울철인데다 연말연시가 겹치는 등 온갖 악조건 속에서도 민중의 역량으로 이를 뚫고 일어났는데 이는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이번 투쟁은 우리 역사의 분기점을 이루는 투쟁이다.


-민중들의 광범위한 투쟁이 촉발된 원인을 분석해 본다면

=현 정권의 무리수를 둠에 따라 세 갈래의 민심이반이 일어났다. 우선 자본법이라 할 만큼 노동법을 개악함으로써 노동자의 격렬한 분노를 불러왔고, 안기부법의 개정은 양심적 지식인들의 광범한 반발을 초래했다. 또한 날치기라는 절차상의 폭거는 일반 국민들마저 격분하게 했다.


-이제 대화국면으로 넘어간 것인가

=절대 대화국면으로 옮겨간 것이 아니다. 투쟁의 완급을 조절하는 국면으로 보아야 한다.


-성공적 평가를 받는 총파업투쟁의 이면에 오류와 한계도 드러났을 텐데

=현 단계에서는 오류나 한계를 평가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 이보다 우리 앞에 놓여 있는 네 가지 과제를 짚어보아야 한다. 첫째 과제는 민주노총이 한국노총과의 연대투쟁을 실질화하고 견고하게 하는 것이다. 둘째, 총파업투쟁을 범국민적 저항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것은 범국민대책위의 몫이다. 셋째, 야당과의 연대투쟁이다. 기회주의적 야당이 발을 들여놓은 이상 이들이 자신들의 성과물만을 챙겨가지 못하게끔 견인해 내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국제연대투쟁이다. 국제사회는 지금 한국의 상황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 속에서 정부가 국제노동단체 대표에게 추방위협 운운한 것은 제정신이 아닌 행동이며 해외토픽감이었다. 파업의 강제진압 등 한국정부가 강경하게 나간다면, 국제적 불매운동이나 하역거부, 경제봉쇄까지도 가능할 수 있음을 정부는 직시해야 한다.


-범국민적 저항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이며, 그 목표는 무엇인가?

=종교계·학계 등 각 부문별로 그리고 전국의 60개 지역에서 대책위를 구성하는 등 실제로 항의행동이 확산되고 있다. 범국민적 저항의 목표는 날치기 악법의 완전무효화와 노동법 재개정이다. 이에 대해선 어떠한 양보도 있을 수 없다.


-정리해고나 복수노조 문제 등으로 쟁점이 축소되는 것은 아닌가

=투쟁의 쟁점은 개악의 무효화다. 개별 조항을 쟁점화하는 것은 불순한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무효화 이후에 재개정을 논의하는 단계에선 교원·공무원 노조, 복수노조 등 3금의 철폐가 핵심사항으로 제기될 것이다. 그 가운데 교원 및 공무원 단결권의 확보는 복수노조의 인정보다도 중요한 사항이다. 정해숙 전교조위원장을 국제연대단의 대표로 파견한 것은 전교조 문제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정리해고나 변형근로 조항 외에도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독소조항이 많다고 들었는데

=대체근로제와 노조전임자임금삭제 조항 등이다. 파업시 대체근로는 실질적으로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을 무력화시키는 조항이다. 노조전임자의 임금지급은 노사간 교섭에 의해 결정될 사항이다. 전임자 임금지급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일방적인 자본 편들기로서 노조활동을 대폭 위축시키는 것이다. 파업기간의 임금지급 문제도 법으로 금지시킬 사항이 아니며 노사자치에 맡길 문제이다. 이처럼 개정 노동법은 한마디로 자본법이다.


-언론의 보도태도는 어떠한가

=사태를 노동자들만의 투쟁으로 협소화 한다는 인상을 준다. 사회각계의 목소리가 범국민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의도적으로 묵살·축소하고 있다. 영수회담 이후에는 총파업 기사를 대폭 줄임으로써 상황이 끝났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