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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3회 연재> 페스카마호 살인범 전재천 씨가 밝히는 선상폭력의 실상①

지난해 여름 남태평양의 참치잡이 어선에서 충격적인 선상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페스카마 15호에 타고 있던 조선족 선원 6명이 한국인 선장 등 11명을 살해한 뒤, 수장해 버린 사건이 그것이다. 이들은 살해수법의 잔인함 등을 이유로 전원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자신들의 행위가 심한 인권유린에서 비롯된 것임을 호소하며 선처를 바라고 있다. <인권하루소식>은 당시 선상살인 사건의 주모자로 알려진 전재천(38) 씨가 1심 재판부에 제출했던 탄원서의 내용을 3회에 걸쳐 요약·소개하기로 한다. 가급적 원문대로 옮겼으며, 맞춤법은 바로잡았다<편집자주>.


죽음밖에 없는 절망 속에

"…이 시각도 떨리는 가슴을 걷잡고 면목 없는 필을 듭니다. 양해와 도움을 간절히 청합니다. 나는 대한민국 국민 앞에 용서받지 못할 큰 죄를 범했습니다. 나로 인하여 피해 입은 유가족에게 죄송합니다. 나는 응분한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나는 두 무릎을 꿇어 엎드려 나의 죄를 사죄하고 반성하며 용서를 빕니다. 불행으로 쌓인 원한을 어떻게 하면 풀어줄 수 있겠는지요. 안타까운 마음뿐입니다. 나는 고인과 유가족 분들에게 매일 몇 번이고 기도합니다. 나는 나의 죄를 철저히 해명하고 사죄하고 그리고 다시 일어나고 싶습니다. 나는 일어난 사건에 대하여 한마디 더하거나 숨김없이 사실 그대로 진술로서 나의 용서를 바랍니다."

"…나는 오직 어머님과 가족의 생활을 위하여 자식의 학자금을 위하여 빈곤 속에서 뛰어나오려는 염원 속에 배에 오르게 된 것입니다. 절대 계획적이고 음모적, 고의적인 강도 범행이 아닙니다.

당시 가슴에 쌓인 압박과 집에 돌아가지 못할 긴박한 상태, 가족이 모두 길가에 나 앉아야 될 사연, 오직 죽는 한 길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절망 중 술에 곤죽이 되어 너 죽고 나 죽자 하며 단순간에 일어난 사연입니다."


나는 개였고, 아내는 암캐였다

희롱: "한국인은 우리 보고 개라 부르고, 마누라 보고는 암캐라 부릅니다. 어떤 때는 '야 이 개XX야. 너희 새끼들은 니 암캐 어디서 나왔냐, 홍문으로 나왔지' 하며 웃어댑니다."

폭행: "매일 욕과 몽둥이, 쇠파이프 등으로 맞아 진저리나며, 선원의 인권과 건강을 해쳤습니다.

음식을 배불리 먹지 못하고 눈치밥을 먹으며, 하루에 작업 21시간, 흐리멍텅한 정신상태로 있습니다."


"하선하면 사모아 구류소에 가두겠다"

"…중국인은 희롱, 폭행, 구타 행위에 더는 견딜 수 없어 선장을 찾아 하선하겠다 요청했습니다. 선장은 '요, 개XX들 수월하게 집에 보내줄지 아냐' 며 하선증명을 떼주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경제 담보신에 '중국인 6명은 승선 후 갑판장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작업을 거부하며, 칼 등 흉기를 들고 선장을 살해할 동기가 있으므로 강제 하선을 결정한다'고 쓰며, 미국령 사모아 경찰국에 구류(구금을 의미하는 듯-편집자)할 결정을 내렸습니다.

우리가 왕복 항공비와 선박의 일체비용(작업 지점에서 사모아까지의 연료 등)과 사모아 구류소 3개월 구속간의 일체비용(개인 부담)을 부담해야 하며, 중국 가족이 사모아로 돈을 부쳐와야 구류소에서 집에 갈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하선증명을 떼주지 않으면, 몇 달의 봉급과 중국회사에 보증금으로 눌러놓은 집 두 채와 돈 5만원이 허공에 달아나게 됩니다. 이 일체 손실비가 중국 돈으로 20만원(한국 돈 2천만원)에 닿습니다. 자자손손 10대를 갚아도 영원히 못 갚을 빚입니다."


피땀 흘려 고생한 결과는 빚더미

"…우리는 중국에서 빚을 내어 돈을 벌러 배에 올랐습니다. 우리는 2개월 동안 먹지도 못하고, 자지도 못하고, 손바닥이 발바닥이 되도록 매와 욕을 먹어가며 피땀을 흘리며 개고생하고 돈 일전 못 벌고, 도리어 등에 20만원을 걸머쥐게 되었으며, 집에도 안 보내고 경찰소에 구속까지 당할 신세가 되었읍니다. 우리가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습니까? 무엇 때문에 가족까지 집 없이 헤매게 만들어 놓고 앞길을 끊습니까.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양 싶고 앞이 막막했습니다."


슬픔이 눈물이 되고, 눈물이 악으로…

"…집을 두고 가지 못하는 신세, 희망이라곤 보이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술로 아픈 가슴을 달래려 했습니다. 술이 취하니 슬픔이 눈물로 되고, 눈물이 악으로 되었습니다. 선장이 경제결의서에 '중국인이 선장을 살해하려한다'고 쓰지 않았더라면 선장을 살해할 생각도 못했을 것입니다.

절망 중 우리는 모두 죽으려 했습니다. 당시 죽으려 마음을 먹으니, 우선 우리를 죽을 길로 만든 선장과 함께 죽겠다고 했습니다. 선장과 갑판장을 살해한 후 모두 당황했으며, 제 정신이 아니었습니다. 때문에 억울하게 죽은 사람이 많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꿈같습니다. 끔찍합니다. 현재 죄를 뉘우치고 사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