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특수강 노동자 60일째 농성투쟁
지난 2월 포항제철(회장 김만제)로 매각된 삼미특수강(창원 소재) 노동자들이 교묘한 법논리에 의해 생존권과 노동기본권을 박탈당하고 있다.
포항제철의 자회사인 창원특수강은 지난 2월 17일 계약을 통해 삼미특수강의 강봉․강관 공장을 인수했으며, 이 과정에서 2천3백42명의 직원 가운데 1천7백여명만을 신규채용하고 5백여명을 일터에서 내몰았다. 회사가 넘어가는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은 삼미특수강 노동자들은 "포철이 부당한 정리해고를 실시했다"며, 지난 3월 24일부터 60일째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삼미그룹 본사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기업의 인수․합병에 따른 정리해고를 허용하지 않기로 한 새 노동법에도 불구하고, 5백여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합법적으로' 일자리에서 내몰린 것은 포철이 '영업양도'가 아닌 '자산양도'라는 방식으로 법망을 피해 나갔기 때문이다.
기업이 '영업양도'에 의해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엔 노동자들도 고용 문제가 자동적으로 보장되지만, '자산양도'에 의할 경우엔 인수기업이 고용승계 의무를 지지 않게 된다. 현재 전문가들 사이에선 "삼미의 인수과정이 영업양도냐 아니냐"에 대한 상이한 해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법해석의 상이함과 정부를 상대로 싸운다는 어려움 속에서도 삼미특수강 노동자들의 투쟁은 계속되어 왔다.
포철 '무노조 정책' 관련 있는 듯
이들은 지난 1월 이후 세차례에 걸쳐 서울상경투쟁을 진행했으며, 현 3차 상경투쟁에는 1백여 명이 참가하고 있다.
이들은 포스코센터 등지에서 연일 집회와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고, 지금까지 소화한 유인물만도 14만여장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창남(31) 노조위원장은 "삼미특수강은 기업 인수․합병에 따른 정리해고의 첫 사례인 만큼 올바른 전례를 남겨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포철이 이 같은 저항을 감안하면서도 고용승계를 받아들이지 않는 까닭은 '노조에 대한 두려움'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다. 삼미특수강 노조는 조합원 2천여 명을 포괄한 대규모 노조로서 민주노총 내에서도 핵심 노조 가운데 하나였다. 포철이 삼미특수강의 노동자와 노조를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기존의 '무노조 정책'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은 명약관화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창원특수강은 지난 3월 17일까지의 신규 채용 과정에서 1백여 명의 지원자를 탈락시켰는데, 그 중엔 노조활동 경험자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김창남 위원장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일할 수 있는 권리"라며 "갈수록 생계의 부담이 커지겠지만 열심히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