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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으로 저항한 할아버지 운전기사

부산 국민캡 택시노동자, 생존권 사수 투쟁


한평생을 택시노동자로 살아왔던 홍장길(58) 씨의 음독자결 사건이 부산지역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홍장길 씨는 부산시 택시회사 국민캡(주)(회장 허준도) 소속으로 24년 8개월간 일해왔으나, 회사측의 일방적인 분할매각 조치와 생존권 위협에 항의하며 지난 5월 31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홍 씨의 죽음을 가져온 국민캡 파문은 지난 3월 회사측이 경영난을 이유로 1백63대의 보유택시 전부를 시내 4개 회사에 분할매각 하겠다고 통보함에 따라 시작됐다. 회사측 방침에 대해 노조측은 “직접적인 고용불안과 생존권 위협을 겪게된다”며 매각방침의 철회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회사가 나눠져 매각될 경우, 국민캡 소속 노동자 3백50여 명은 직장을 옮겨야 할 뿐 아니라, 각기 다른 회사에서 기존의 근로조건과 근속연수, 복지혜택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3개월간 견습사원으로 일해야 하는 등 신분상의 불이익까지 입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이번 매각조치를 사실상의 정리해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한 사업주들이 개인적인 치부수단으로서 분할매각을 악용한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국민캡 매각시 받게되는 프리미엄은 택시 한 대당 1천9백여 만원에 이르며, 이에 따라 허준도 회장은 24억원의 불로소득을 얻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주, “법은 내 품에”

그러나, 이같은 부당성에도 불구하고 국민캡 분할매각에 대해 현실적인 제재를 취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택시회사의 분할매각이 현행 건설교통부훈령 제88호 제10조에 따라 합법적으로 보장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건교부 훈령을 개정하고 택시회사 매각의 조건을 엄격히 해야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은 “건교부 훈령을 이용해 사업주들은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 반면, 노동자들은 고용불안과 안정적인 근로를 하지 못하게 되어 생계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동시에 업주들은 민주노조를 와해시키는 수단으로 분할매각을 악용한다”며 “택시사업체의 매각시 소속 노동자들의 고용승계 및 경력인정을 전제로 한 전부양도(한 회사로의 매각)가 이뤄지도록 훈령을 전면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캡 문제, 부산 전역으로 확산

홍 씨의 사망 이후 민주노총 등 노동단체와 사회단체들은 ‘고 홍장길 동지 장례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공동대응에 나섰다. 대책위는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분할매각이 철회되고 건교부 훈령이 개정될 때까지 장례를 미룬다”는 방침이다. 또한 지난 4일과 7일 민주노총 산하 사업장 노동자들과 대학생, 사회단체 회원 등이 부산역 광장에서 잇따라 규탄대회를 가지는 등 연일 집회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