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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현장스케치> 명동성당 한총련 단식농성장

“물 한 통만 들여보내 주세요”

땡볕이 내리쬐는 13일 오전, 명동성당 입구계단에서 31명의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이 쇠사슬로 온몸을 감은 채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정부가 ‘학생운동 씨말리기’ 작전에 돌입했고 언론 역시 집중포화를 퍼붓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왜 학생들은 또다시 단식농성이라는 극단적 투쟁수단을 선택하였는가? 농성단 대표인 부민혁(부산대 산업공학 4년) 씨는 이렇게 답변했다. “이석 씨의 죽음은 가슴아픈 일이며, 한총련은 도의적 책임을 통감한다. 그러나, 이로 인해 김 대통령의 대선자금 공개 및 하야를 촉구하는 투쟁의 초점이 흐려져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이석 씨 사망에 대한 책임을 어떤 방식으로 질 것이냐”는 물음에 대해 그는 “학생들의 폭행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건의 전후사정에 대해서도 명확히 진상이 가려져야 하며, 그 후 한총련 지도부에서 책임지는 방식을 결정할 것으로 본다”며 “더욱 열심히 투쟁하는 것만이 국민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87년 물고문에 의해 사망한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 씨도 이날 대학생들의 농성장을 찾아왔다. 걱정 어린 눈빛으로 학생들을 바라보던 박 씨는 “국민 다수의 실망에 대해 한총련은 속히 거듭나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하지만, 원천적으로 김영삼 대통령이 대선자금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성당 입구를 막아선 전경들 틈새로 한 어머니가 주저앉아 있었다. “제발 물 한 통만 들여가도록 해주세요” 민가협 소속의 이 어머니는 해 가리개도 없는 땡볕 속에서 단식중인 아들딸에게 물 한 모금만이라도 먹이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전경 중대장의 대답은 한마디뿐이었다. “상부의 지시라 생수 한 통도 반입시킬 수 없습니다.”

한총련 대학생들은 최소한의 인간대우도 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인지…. 생수 한 통을 손에 든 채 어머니는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