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무부는 전자주민카드 제도의 도입취지를 “정보화 사회의 기반구축과 민원행정의 획기적 개선을 통해 국민생활 편의도모 및 행정의 효율화”로 들고 있다.
전자주민카드가 발급되면 여러 가지 증명서를 소지하는 불편에서 해방되고, 불필요한 민원서류 발급을 위한 시간과 경비의 절감을 가져온다고 한다. 행정편익측면에서 보면 연간 주민등록등․초본, 인감증명서 등 1억7천만 통의 증명발급이 감축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계산이다. 현재 읍․면․동 행정사무의 60-70%가 재증명 발급업무를 담당하므로 최소한 담당공무원 50%(약 5천명)가 감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0년 간 7조3천여억 원 수익 발생
한국전산원은 “전자주민카드의 시행에 따르는 각종 편익이 현재 가치로 환산해 보면 향후 10년 간(1997-2007) 약 7조3천6백21억원일 것으로 추산된다”(<전자주민카드사업의 타당성 분석>(1996. 8))고 보고했다. 세부항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부가가치 유발액 2천5백54억, 재발급 비용(사진값) 절감 2천2백9억, 주민증발급비용 절감 1천6백7억, 공무원 인력감축 1조3천3백14억, 의보 인력감축 2천44억, 경찰범칙금 징수 증가액 1조6천9백46억 등이다.
공무원 5천여 명 감축 가능한가
이에 대해 이승종(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추계과정에서 상당한 과장과 논리적 흠결이 포함되어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비용절감부분에서 공무원 인력감축을 정부가 과연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 전자주민카드 시행준비 초기단계였던 지난 95년 4월 행정쇄신위원회 박동서 위원장은 “전자주민카드제가 시행되면 공무원들의 주민등록등․초본 발급 등 민원업무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며 읍․면․동 폐지문제를 거론했다(국민일보 95년 4월 19일자). 그러나 바로 다음날 김용태 내무장관은 박동서 위원장의 발언과 관련해 “그 발언은 사견에 불과하며 전자주민카드가 통용되더라도 읍․면․동의 업무량이 격감한다고 볼 수 없다”며 해명하고 나섰다(조선일보 95년 4월 20일자).
공무원의 인원감축에 따른 비용절감보다 오히려 전자주민카드 관리를 위한 공무원의 훈련․적응 및 상대적 고급인력의 채용에 따른 비용은 고려되지 않은 채 편익만 고려했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설령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인력감축이 사실이라 한다면, 마땅히 재교육비가 포함되어 있어야 하며, 대안제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재벌 살찌우기, 주민부담 외면
오히려 내무부는 주민카드 도입에 있어 행정기관 자체의 비용만 계산했지 주민들이 부담하게될 비용은 계산하지 않고 있다. 카드발급 당시 비용과 실시 후 재발급과 관련해 개인이 부담할 비용을 대략 1만원씩 계산할 경우 총 5천억 원의 사회적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한 전자주민카드제를 실시할 경우 그 카드를 읽고 사용하기 위해 은행, 보험, 우체국, 병․의원, 약국 등 민간부분이 부담해야 할 부담 의사 역시 전혀 계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전자주민카드 도입은 그 의도와 상관없이 일부 재벌에게 과도하게 유리한 편익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과연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승종(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전자주민카드의 편익론을 비판하는 글을 통해 “전자카드사업의 총시장규모는 7천억-1조 원에 달한다.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각종 경제적 편익의 상당부분은 결국 이들 재벌과 외국의 기업으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 실제 정부추계에 따르면 주민카드사업의 수입유발 효과는 1997-2007년 사이 1천4백60억원에 이른다”고 비판했다.(『이달의 민변』97년 6월호, 전자주민카드의 편익론 비판)
행정 간소로 국민편익 도모해야
내무부는 국민편의 도모를 위해 읍․면․동사무소 등에 무인처리기를 설치해 손쉽게 본인이 카드 내용을 확인하고 부득이 별도의 재증명이 필요한 경우에는 주민등록등․초본 등 각종 증명을 발급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무인처리기가 과연 제대로 작동될 것인가에 대한 문제제기를 차치하고 국민편의 도모측면이라는 기본발상이 잘못되었다는 지적을 불러온다.
각종 증명을 통합하기보다는 불필요한 증명의 발급 자체를 취소함으로써 국민불편을 원천적으로 해소하는 방안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이는 겉으로는 국민생활의 편익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행정과 통제의 편익을 더 중시한 데서 나온 발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국민의 편의를 명목으로 인권의 후퇴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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