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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기자수첩> 대학생에겐 인권이 없다

나라안이 온통 전경들 세상이다.

전국의 대학가는 물론, 기차역․지하철 주변과 도심 한복판 등 장소를 불문한 채 검문검색이 진행되고 있다. 테러리스트가 입국한 것도 아니고, 무장군인이 탈영했다는 이야기도 없다. 단지 대학생들의 시위가 우려된다는 이유만으로 엄청난 국력이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의 명분은 차치하더라도 현재의 불심검문은 명백히 불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경들은 최소한의 법적절차(검문목적의 설명과 경찰신분․소속 및 성명의 고지 등)조차 무시한 채 막무가내로 신분증을 보여달라 하고, 가방과 핸드백을 강제로 뒤지고 있다. 검문에 응하지 않거나 대학생 신분이 드러날 경우엔 영장도 없이 경찰서로 연행하고, 뒤늦게 혐의가 없다며 슬그머니 풀어준다.

이 뿐만 아니다. 현재 경찰은 전국각지의 대학을 벌집 쑤시듯 들쑤시고 있다. 8월들어서만 연세대, 부산대, 단국대, 경북대, 충남대 등 곳곳이 홍역을 치렀으며, 심지어 홍익대에는 세 차례나 연이어 경찰이 투입됐다. 14일 새벽 부산대에 진입한 경찰들은 잠자고 있던 학생들을 한 곳에 몰아 무릎을 꿇린 채, 전기봉과 가스총으로 위협하며 소지품을 수색했고, 영장을 제시하지도 않고 이 학교 신 아무개 씨를 연행해 가기도 했다.

이 모든 일들의 배후엔 대검 공안부를 비롯한 공안당국이 자리하고 있다. 공안부의 사령탑인 주선회 검사장은 하버드법대를 나온 일류 엘리트 출신이다. 남보다 많이 공부한 그지만, 합리와 상식은 배우지 못한 모양이다.

“전국연합 등 재야단체가 주최하는 97평화통일민족대회를 허용한다. 그러나, 대학생은 이 대회에 참석해서는 안된다. 참석할 경우,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 구성죄를 적용해 사법처리 하겠다.” 합법적으로 승인한 집회에 왜 대학생만 참여해서는 안되는지, 국민 누구나 행사할 수 있는 기본권을 왜 대학생만 제한 받아야 하는지,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 내용은 최근 주 검사장을 좌장으로 하는 공안부의 방침이다.

문제는 다른 곳에도 있다. 양심을 자처하고 정의와 인권을 외치는 사람들조차 공안당국의 광란에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에서 반인권적인 행위가 버젓이 진행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이에 침묵하는 현실 속에서 한국의 대학생들에겐 인권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