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련 와해방침 이후, 학교당국 통제 강화
학생자치란 말이 무색해지고 있다. 공안당국의 한총련 와해 방침이 본격화된 뒤 석달여가 지난 지금, 각 대학에서는 기존의 학생자치영역을 잠식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대학신문, 편집권 침해
건국대 학보사는 2학기 개강 이후 현재까지 신문을 발행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생들의 최대 현안인 ‘한총련 탈퇴 여부와 구속학생 소식’이 개강호 1면 톱기사로 실리자, 학교측은 “이적단체 관련기사를 1면에 실어서는 안된다”며 신문배포를 중단시킨 것이다.
경기대(수원교정) 학보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경기대 학보 개강호는 학교측이 ‘범민족대회와 한총련’ 관련기사의 제목 등을 문제삼는 통에, 일주일간 배포가 중단되는 사태를 겪었다. 학교측은 모든 한총련 관련 기사의 삭제를 지시했으며, 나아가 각종 기획에 제동을 걸고 학교 총장에 대한 기사도 싣지 말 것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김 아무개 기자는 “대학언론으로서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에 대해 ‘시국’ 운운하며 간섭하는 것은 명백한 편집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대자보 부착․수익사업도 금지
대학당국의 간섭과 통제는 학내언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7월 언론에 공개된 서울대 ‘면학분위기 조성을 위한 종합계획안’은 대학사회에 대한 통제 움직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꼽을 수 있다. ‘종합계획안’의 골자를 살펴보면, △한총련 주최 시위 참가자에 대해 사법처리 여부에 관계없이 징계 △총학생회 간부, 대학신문사 기자, 동아리 회장의 한총련 간부직 겸임 불허 △이들에 대한 장학금 혜택 및 부직 알선 제한 △자판기 운영, 어학강좌 개설 등 수익사업 금지 △장터 개설, 플래카드, 대자보 임의부착, 무허가 모금서명운동, 우유팩 차기 등 기초질서 문란 행위 적극 단속 등이다. 이 종합계획안은 교육부 지도지침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외국어대의 경우도 교지편집위원회에 대한 자금지원 중단, 학생식당 임대권 문제 등으로 학생회 자치영역에 대한 침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활로는 ‘학생대중 신뢰회복’
결국 이러한 움직임은 학생회 활동 전반과 학생운동권의 발언권을 축소시키려는 의도라는 것이 학생들의 대체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눈 앞에서 벌어지는 사태를 힘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 또한 학생들의 현주소이다. 이에 대해 서울대 총학생회의 한 간부는 “한총련의 혁신을 논하는 사람들조차 모조리 구속․수배중인 상황에서 뭘 할 수 있겠냐”고 반문한다. 동시에 학생 대중들의 무관심도 사태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한다. 그는 “결국 학생대중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 한걸음씩 나가는 것이 학생운동의 유일한 활로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