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회 서울단편영화제
제4회 서울단편영화제를 맞이하여 한국영화의 미래를 가늠하는 단편영화제 뜨거운 관심과 애정으로 매서운 추위에도 불구하고 찾아주시는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또한 지금의 영화제가 새로운 창작정신을 보장하는 창작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하지 않고 출품작들이 영화법에서 3회까지 받게되어 있는 엄연한 검열에서 벗어나 온전히 관객들에게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영화제가 3회 이상 개최되었기 때문에 출품작들이 이곳에 한정하여 심의과정을 거치지 아니하고 상영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영화제 이후에 일반관객들에게 공개적인 상영을 할 때는 검열제도를 받아들이지 않고는 더 이상 상영을 보장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현재의 영화법에서 등급심의조차도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진삭제에 의한 자기 검열로서 상영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21세기 멀티미디어시대에 영상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만큼, 영상문화와 단편영화의 중요한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지원을 못해줄 망정 영화정책의 일환의 편협함으로 이런 식의 부조리한 현실의 악순환이 거듭되는 한 한국영화의 변화와 발전이라는 긍정적인 행보 대신 퇴보와 편법의 영화악법으로 단편영화를 비롯한 한국영화의 미래를 위협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상황의 근본적인 원인은 현정권의 문화전반에 걸친 몰이해가 낳은 영화정책의 문제점 때문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선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시점에서 추상적이고 애매한 기대심리에 불과하여도 대선 이후에 올바른 영화정책으로서 진정한 변화를 열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선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현정권에서 지켜내지 못한 심의의 폐지 내지는 민간 자율심의 등이 일종의 사탕발림 공약으로 그칠 수 도 있겠지만, 기본적 인식의 변화와 함께 한국영화진흥의 의지 등 영화정책의 실마리를 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와 함께 표현의 자유를 위한 우리의 지난한 요구 또한 계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제주 4·3사건을 객관적으로 조명하고 왜곡된 역사의 진실에 접근한 <레드 헌트>를 상영한 혐의(국가보안법 이적표현물 반포) 등으로 아직까지도 구속되어 있는 서준식 인권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석방할 것을 촉구합니다.
제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일괄심의를 받고 공식 상영했던 <레드헌트>를 인권영화제에서 상영하였기 때문에 구속의 빌미가 되었다는 것은 법의 형평성을 벗어나 대선을 앞둔 시기에 그동안 공안정국을 조성하려는 수사당국의 의도가 분명히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세계화를 부르짖었던 현정권의 경제정책의 실패만큼 인권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후진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므로 이 시대의 필요한 양심을 구속한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수사당국의<레드헌트> 이적성 시비를 규탄하며 부당한 탄압을 철회할 것과 서준식 집행위원장을 조속히 석방하여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 줄 것을 양심적인 영화인들을 대신하여 다시 한번 정식으로 촉구합니다.
제4회 서울단편영화제
집행위원: 김홍준, 정성일
심사위원: 김동원, 김소영, 왕가위, 정지우
씨네마떼끄상 심사위원: 문화학교 서울(서울), 씨네마떼끄1/24, 영화로 세상보기(광주), 온고을 영화터(전주), 제7예술(대구), 씨네마떼끄 컬트(대전), 강릉 씨네마떼끄(강릉), 씨네 오딧세이(청주), 영화만세(제주), 씨네하우스(대구), 씨네마떼끄 시선(성남), 일팔구오(대전)
본선경쟁 진출작 출품작: 김지현, 김지훈, 김정구, 김태용, 민규동, 박유경, 박한준, 박은경, 송의헌, 송일곤, 오좀균, 이민정, 우범준, 윤종찬, 조은령, 정윤철, 최두호, 최진호, 황서용
세미나 발제 및 토론자: 김지석(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김태일(푸른영산) 변영주(기록영화제 '보임') 심현우(영화제작소'청년') 이지영(노동자뉴스단) 최진아(독립영화협의회) 홍형숙(서울영상집단)
1997년 12월 5일 제 4회 서울단편영화제의 폐막식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