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지역 최초의 인권헌장으로 기록될 아시아인권헌장을 채택하기 위한 민간단체들의 회의가 15일 오전 10시 호남대학교 국제회의장에서 개막되었다.
5·18 18주년을 기념하여 열린 대회 개막식에서 주관단체인 아시아인권위원회 바실 페르난도 위원장은 "아시아는 수많은 정부가 이념적인 차원에서 인권에 반대하는 세계 유일의 지역"이라며 "아시아에서 가난과 억압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원인을 규명하지 않는 것은 인권에 대한 진정한 논의라고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헌장에 대해 "아시아 지역에서 인권에 대한 더 많은 토론을 유도하고, 최대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도록 제안되었다"며 이를 계기로 "유엔에서 제시하는 국제적인 인권기준과 아시아인들의 기대수준에 적합한, 국가가 보장하는 아시아인권헌장의 탄생이 앞당겨지길 바란다"고 역설했다. 이에 앞서 강신석 대회조직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광주는 우리가 떠나고자 하는 20세기와 우리 가슴에 품고자하는 21세기의 모습을 보여주는 상징"이라며 "민주와 인권의 도시인 광주에서 행사가 열릴 수 있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참석자들의 진지한 토론을 당부했다.
이번 대회는 인도의 전대법관 V.R. 크리시나 아이아(82) 씨, 스리랑카 실종자대책위원회의 마노리 무테투웨가 씨, 홍콩대학의 야시 가이 교수 등 해외 인사 30여명과 국내 인권단체 인사등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3면에 아이어 씨 인터뷰>
'전향제 폐지' 굶기투쟁 동참
15일 첫 회의에서는 '아시아 인권현실의 재확인', '아시아 경제위기와 인권'이란 주제로 열띤 토론이 전개됐다<관련내용 아래 상자, 3면>. 토론에 앞서 가진 사례발표에서는 한국의 전향제도 철폐문제, 동티모로 인권침해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이날 강용주(36, 85년 구미유학생 간첩단 사건 연루 12년 복역, 안동교도소 수감중) 씨의 어머니 조순선(72)씨는 사례발표를 통해 "악법에 복종할 것이 아니라 거부하라는 평화적 불복종의 정신으로 양심을 지키고 전향제도 철폐를 위해 싸우겠다는 것이 용주의 의지"라고 말했다. 조 씨는 이어 "단지 전향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에 대통령 취임 경축사면에서 감형조차 되지 못했다"며 "자식에게 따뜻한 밥 한끼를 지어 먹이고 싶은 비원을 안고 14년을 기다려 왔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강 씨는 지난 4월 30일부터 전향제도 폐지와 양심수 전원석방을 요구하며 16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에 참석자들은 강 씨의 석방과 전향제도 철폐를 요구하면서 건강상의 문제가 있는 두명을 제외한 전원이 16일 점심을 모두 굶기로 했으며, 김대중 대통령에게 참석자 전원의 이름으로 탄원서를 전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개막식에 앞서 14일 저녁에는 참석자들을 환영하는 리셉션이 광주 무등파크호텔에서 남아공의 스피스 대사, 송언종 광주시장, 박형규 목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열렸다. 이번 대회는 16일 '국가가 보증하는 인권헌장', '지역 인권위원회등의 필요성', '아시아에서 여성의 권리를 향한 도전' 등을 주제로 토론을 갖고, 17일 5·18 18주년 전야제에서 아시아인권헌장을 공식 선포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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