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울산 구속자 자녀 호소
“8.15 때 다 나온 거 아닙니까? 아직도 남아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27일 오후 탑골공원 앞을 지나는 사람들은 이렇게 물었다. 그러나 공원앞에 전시된 사진 속의 얼굴들은 “난 아직 갇혀있소!”라고 말한다.
이날 목요집회에는 ‘부산․울산 지역 조직사건’ 구속자의 자녀들이 참석해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본지 8월 13일자 등 참조〉
구속자 홍정련 씨의 딸 누리(9)는 “이제 곧 엄마가 착한 사람이라는 게 밝혀져서 풀려날 거라고 믿어요”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김창현 울산 동구청장의 딸 민해(11)는 “비록 지금 전 어리고 아무것도 모르지만 제 생각으로 지금의 현실은 잘못됐을 뿐 아니라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제 주위엔 너무 많은 아저씨, 아주머니 그리고 언니, 오빠, 동생들이 상처받고 있습니다”고 밝혔다. 또 민해는 “대통령 할아버지! 울산에 얼른 오셔서 정리해고를 막아주시고 구속자를 빨리 석방해주세요. 그리곤 다시 이런 나쁜 일이 생기지 않도록 ‘국가보안법’이라는 5글자의 괴물도 빨리 처치해 주세요”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김창현 청장의 부인 이영순 씨는 ”구속된 사람들이 모두 노동자, 서민을 위해 일하며 정직하게 살아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많은 울산 시민들이 이번 사건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어떤 미화원 아저씨들은 일찍 청소를 마치고 석방요구 서명을 받기 위해 평소보다 2시간이나 이른 새벽 2시에 나가 일을 시작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집회엔 백태웅, 변의숙 씨 등 이번 8․15 사면 때 풀려난 사람들도 참석해 감옥에 남아 있는 양심수들의 아픔을 함께 했다. 92년 민족해방애국전선 사건으로 구속됐던 양홍관 씨는 “양심수를 감옥에 여전히 남겨두는 이 사회는 창살만 없을 뿐 감옥과 마찬가지”라며 “이 감옥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석방자 모두, 풀려난 기쁨은 잠시였고 감옥에 남은 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마음이 무거운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