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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감청 제한 더 엄격히”

시민단체, 통신비밀보호법 개정방향 밝혀


"감청·도청 보호법이 아닌 진정한 통신비밀보호법을 원한다"

최근 불법감청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정부는 통신비밀보호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히며 국민감정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불법감청이 과연 근절될 것인가’에 대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던지고 있다.

9일 「‘영남위원회’ 구속자 인권을 위한 시민사회단체대책모임」과 「부산울산지역 공안조작사건 전국대책위원회」는 참여연대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와 집권여당의 통신비밀보호법 개정방안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입장을 밝혔다.

이날 모인 시민사회단체들은 “이제라도 정부가 통신비밀보호법의 미비점을 인정하고 보완하려 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일단 환영의 뜻을 표했다. 하지만 “감청에 대한 엄격한 제한조치와 감청을 당하는 사람의 권리보장을 위한 구제수단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수사편의주의에 의한 인권 유린은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며 구체적이고 엄격한 법 개정을 강조했다.

최근 국민회의가 내놓은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은 △48시간에서 24시간으로 긴급감청 허용시간의 축소 △긴급감청에 들어간 경우 ‘지체없이’ 법원의 허가를 청구할 것 △감청대상 범죄의 제한 △불법감청 및 도청에 대한 처벌 강화를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가 국민의 사생활 침해를 막고 인권을 보호하겠다면서도, 감청영장의 발부를 근본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장치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시민사회단체들은 우선 “사전에 도청·감청에 의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감청영장발부에 대한 심리요건을 엄격히 하고 실질적 심의가 이뤄지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수사기관의 감청영장청구가 반려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사실은 이러한 주장의 타당성을 더욱 뒷받침해준다.

다음으로 무차별, 장기적 감청으로 취득된 자료는 법정에서 증거자료로 채택하지 못하도록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민회의가 내놓은 개정안이 도청을 당한 피해자를 위한 구제수단을 놓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게 지적됐다. 따라서 시민사회단체들은 “수사 또는 내사한 사건이 종결되면 그 결과를 당사자들이 알 수 있게 하고 도청·감청에 의해 침해된 개인의 사생활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개정 방향을 제시했다. 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생활을 도둑질당한 사람들의 인권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조처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현재 재판에 계류 중인 ‘영남위원회’ 사건을 실례로 실제 도청·감청이 개인들의 사생활을 어떻게 파괴하는지가 소개됐다. 이번 사건의 수사과정에서는 전화 감청 뿐 아니라 ‘대화녹음’, 비디오감시카메라 촬영 등에 이르기까지 3년간에 걸쳐 치밀한 도청·감청이 이뤄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특수도청시설을 사용해 녹음한 테이프만도 천여개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도청·감청 자료는 음성 식별이 어렵고 조작 가능성이 높아 시민사회단체들은 ‘영남위원회’ 사건을 일컬어 “3년간의 도청이 만들어 낸 작품”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드러나는 것보다 도청·감청의 남용은 훨씬 심각하고 대부분 공개되지 않는다”며 “현재도 어떤 작품이 만들어지고 있을지 모른다”고 경각심을 환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