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철거용역 발가벗고 부녀자 폭행
영하 12도의 한파에도 불구하고 재개발지역에서 강제철거가 진행돼 심각한 인권유린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11일 오전 5시 30분. 청송건설용역은 직원 30-40여명과 포크레인 3대를 앞세워 인천시 송현동 재개발지역에 대한 강제철거에 나섰다. 철거소식을 듣고 달려나간 마을 주민 20여 명은 철거용역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철거용역 중 한 명은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강제철거를 막고 있던 부녀자들에게 덤벼들어 부녀자 몇 명이 콘크리트 바닥에 나뒹굴었으며, 이어 철거용역원들이 달려들어 구둣발로 가슴과 허리 등을 구타해 윤달순(65) 씨와 유순금(53) 씨가 허리와 골반 등에 타박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또한 주민 김원창(38) 씨는 구타를 당해 이빨이 하나 부러지고 상복부에 심한 타박상을 입어 역시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며, 전치 3주의 진단을 받았다.
삶의 터전을 지키는 싸움
송현동은 93년 인천시청에 의하여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된 후 98년 감정평가가 실시되었으며, 당시 대부분의 주민들은 마을을 떠났고 감정평가를 거부한 30세대만 남아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철거를 무조건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감정평가가 시가에 비추어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된 데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이곳에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인천시가 제공한 인천 변두리 가수용단지로 들어가게 될 경우 생계에 커다란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철거반대가 아니라 가수용단지를 이해할 수 있는 곳에 설치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인천시청과 주택공사도 지난 12월 17일 합의없는 강제철거는 진행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약속에도 불구하고 주택공사측에 의해 철거 하청을 받은 청송건설용역이 지난 98년 12월 23일 빈집을 임의로 철거하면서 주민들과 한차례의 몸싸움이 벌이지기도 했다. 이어 나흘 뒤인 12월 27일에는 사전협의 없이 강제철거가 시도돼 그 후 긴장상태가 지속되어 왔다.
11일 새벽 기습적으로 진행된 강제철거에 대해 인천시청 비서실장과 건설국장은 “일에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 즉각 시정조치해 철거를 중단하도록 지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철거용역은 물러가지 않았고, 오후 10시 현재, 소식을 듣고 달려온 전국철거민연합 회원과 대학생 등 약 1백명과 철거용역원 간의 대치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알고 보니 인권유린 대통령”
송현동에서 3대째 살고 있다는 주민 김은형(52) 씨는 “갈곳이 있다면 떠나겠지만 떠날 곳이 없다. 인권대통령이라고 믿었는데 알고 보니 인권유린 대통령이었다”며 “김영삼 시절에도 겨울에는 철거를 진행하지 않았는데 이 추운 겨울 한파에 어디로 가라고 강제철거를 진행하는지”라고 한탄했다. 송현동 부근에서 막노동에 종사하고 있다는 주민 한홍구(55) 씨 역시 “변두리 지역 가수용단지로 이주하라고 말하고 있지만 일터인 이곳을 떠난다는 것은 거리로 나앉아 얼어죽는 것을 의미한다”며 “왜 하필 이렇게 추운 때에 철거를 진행하는지 대통령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안양 유진상가에도 철거 위협
인천 송현동 외에 안양시 유진상가에서도 철거를 둘러싼 용역들과 영세민들의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유진상가 상인들의 경우 이곳에서 주거와 생업을 계속해왔는데 지난 12월 4일 한차례의 강제철거가 진행된 후 계속적으로 철거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따라서 현재 남아있는 7가구의 영세민들은 위험상황을 대비하여 어린아이들을 친척집 등에 보내놓고 있으며, 언제 진행될지 모르는 철거에 대한 불안 속에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다.
“동절기에는 절대 강제철거가 없도록 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 그 약속이 겨울 한파 속에서 속절없이 묻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