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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문헌읽기] 도시권에 관한 세계헌장

(World Charter on the Right to the City, 2004)

도시에 수식어를 붙인다면 각자 입장에서 아주 다른 수식어를 붙일 것이다. ‘달콤한’ 도시, ‘잔인한’ 도시, ‘화려한’ 도시, ‘추한’ 도시, ‘풍부한’ 도시, ‘가난한’ 도시, ‘따뜻한’ 도시, ‘냉혹한’ 도시….

도시 치장이 갈수록 요란해지는 요즘, 치장을 위한 청소질도 요란하다. 문제는 청소하는 것이 쓰레기나 먼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살고 있는 사람과 그 집을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쓸어버린다. 노점상을 쓸어버리고 오랜 골목과 이웃을 쓸어버린다. 단속과 추방으로 비시민권자를 추려내 쓸어버린다. 효율성을 기한다면서 급식지원이나 장애인활동보조비 같은 데 쓸 돈을 쓸어서 다른데 준다. 그러나 사람은 쓸어버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에 이건 애초에 청소라 부를 수 없는 행위이고 야만이고 인권침해일 수밖에 없는 행위이다.

대안 주거 없는 겨울철 철거에 누군가가 목숨을 버려도 개발업자를 위한 대공사 계획은 거침없이 돌진하고, 디자인 수도를 위한 잔치 속에서 카펫 밑에 묻히는 먼지처럼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목소리가 묻혀버린다. 평생 벌어도 도저히 못 벌 것 같은 액수의 돈을 들고도 전세방조차 못 구하는 사람들, 인생은 대출금 갚는 것이란 노래가 구슬픈 가운데 도시의 조명이 화려하게 빛난다.

이 도시에는 광장이 없다. 가난하고 냉대 받은 사람들이 호소할 수 있는 광장, 누구나 의견이나 신념에 관계없이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광장 대신에 연일 토목공사가 벌어지는 쇼 윈도우 광장이 있을 뿐이다.

이 도시의 시민들은 엄청나게 찢겨져 있다. 소득 수준과 사교육 수준에 따라 생긴 간극은 땅값, 아파트값이 치솟는 만큼 커진다. 분열된 도시를 연결하는 연대의식과 책임감, 인간에 대한 예의 같은 건 안 팔리고 절판되는 책에나 나오는 말이다.

서울시가 올 초에 발표한  2017년까지 자치구별 1개 이상 총 30개의 '산업뉴타운' 지구를 만드는 내용의 '산업뉴타운 프로젝트' 계획<br />
( 사진 출처 : 민중 언론 참세상)

▲ 서울시가 올 초에 발표한 2017년까지 자치구별 1개 이상 총 30개의 '산업뉴타운' 지구를 만드는 내용의 '산업뉴타운 프로젝트' 계획
( 사진 출처 : 민중 언론 참세상)


이런 도시들을 겨냥하여 세계시민사회는 ‘도시에 대한 권리 헌장’이란 걸 만들었다. 2001년 브라질의 포르투 알레그레에 세계시민사회포럼으로 모였던 사람들이 계속 대화한 결과 2004년 미주 사회포럼(에콰도르 키토)과 2005년 세계 도시 포럼(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다듬었다. ‘도시’라 했지만 농촌지역을 제외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다른 지역을 착취하여 번영하는 도시의 상을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많은 정부와 지자체의 참여를 어떻게 유도할 것인가가 계속 논쟁 중이다.

이 헌장에 따르면 무엇보다도 도시란 ‘사회적’ 기능을 해야 하는 곳이다. 경제적 성취의 야심을 고층으로 쌓아올리는 곳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의 삶을 돌보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시민의 복지가 자연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고, 인간다운 생활에 필수적인 것들을 평등하게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회적 기능이다. 이런 기능을 위해 시의 운영은 민주적이어야 하고 투명해야 한다. 시민들은 연대의 의무를 수행하는 가운데 이런 권리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 그 요점이다.

그런 건 말 뿐인 원칙일 뿐, 강행할 힘이 있는 법조문이 아니라고 대꾸할 도시인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공동으로 추구할 원칙 없는 도시에는 금지의 법만이 넘치는 것 아닌가. 원칙은 우리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고 돌아보게 하고 창조적으로 실천하게 돕는 도구이다. 금지와 제약의 선을 엄격히 준수하며, 다양해진 도시의 쇼를 관람하고, 우울해지는 사회면 기사는 적당히 무시하고 사는 것이 자유인은 아닐 것 같다. 도시의 자유인은 금지와 제약의 선에 저항하며, 냉대 받고 잊게 된 이들을 생각에서 지우지 않고, 좀 따뜻한 도시를 만들어보자는 꿈을 꾸며 차가운 연말의 거리를 종종 걸음치는 그 누군가가 아닐까 한다.

도시권에 관한 세계헌장

도시권에 관한 세계헌장
(World Charter on the Right to the City, 2004)


전문
새 천년에 들어가면서 세계인구의 절반이 도시에 살고 있고 2005년까지는 도시화의 비율이 65%에 이를 전망이다. 잠재적으로 도시는 거대한 부의 지역이고 경제적․환경적․정치적․문화적으로 다양한 지역이다. 도시의 생활양식은 우리가 동료 인간과 지역과 맺는 관계의 양식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이런 잠재성과는 반대로, 현재 대다수 3세계 도시에서 이행되는 개발 모델에선 오직 소득과 권력의 집중이 발견될 뿐이고 가속화된 도시화과정은 환경의 파괴와 사회적․물리적 분리를 양산하고 있는 공공영역의 민영화이다.

대부분의 도시는 그 거주자에겐 평등한 조건과 기회를 제공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도시 인구의 상당수는 그들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또는 인종적 특성이나 성별 또는 연령 때문에 기본적인 필수품의 충족을 박탈당하거나 제한받고 있다.

이런 현실에 직면하여 시민사회는 2001년 제1회 세계사회포럼 이후 계속 교류하며 문제를 분석하고 토론했다. 지속가능한 도시사회와 생활양식 모델을 제시하려고 도전했고, 이 도전은 연대․자유․존엄성과 사회정의라는 우선적인 원칙들에 토대하고 있다.

도시권에 관한 세계헌장은 도시의 투쟁에 기여하고 국제인권체계 속에 도시권을 인정하도록 하는 과정을 지원하기 위한 도구이다. 도시권의 핵심요소는 지속가능성과 사회정의의 원칙을 고려하는 도시의 평등한 사용권이다. 도시권은 모든 도시 거주민의 집단권, 특히 취약하고 냉대 받는 사람들의 권리로서 이해돼야 한다.


제 1조 도시에 대한 권리
1. 모든 사람은 이 헌장의 원칙과 규범에 따라 성, 연령, 인종, 민족, 정치적 및 종교적 지향성에 따른 차별 없이 문화적 기억과 정체성을 보존할 도시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

5. 이 헌장의 목적을 위해 시민이란 영구적으로나 일시적으로나 그 도시에 사는 모든 사람을 말한다.

제 2조 도시권의 원칙들
1. 도시의 민주적 운영
모든 시민은 직접적으로나 대표를 통해 도시의 관리, 도시 계획 및 통치에 참여할 권리를 갖는다. … 모든 시민은 도시의 계획, 설계, 관리, 운영, 복원 및 개선에 참여할 권리를 갖는다.
2. 도시의 사회적 기능
도시는 모든 사람에게 도시의 경제, 문화 및 자원을 완전히 이용할 것을 보장해야 제 사회적 기능을 하는 것이다. 또한 평등한 분배 기준을 준수하고 문화와 생태의 지속가능성을 존중하고 오늘의 세대와 미래 세대를 위해 모든 시민의 복지가 자연과 조화를 이룸으로써 계획과 투자된 자본이 시민의 혜택을 위해 이행될 때야 도시는 제 사회적 기능을 하는 것이다.

3. 재산의 사회적 기능
a. 도시와 시민에게 속한 공공 및 사유 공간과 재산은 사회적, 문화적 및 환경적 이익을 우선하는 방식으로 이용돼야만 한다. 모든 시민은 사회정의의 이상 위에서 지속가능한 환경의 조건 하에서라는 민주적인 변수에 기반하여 도시 영토의 소유권에 참여할 권리를 갖는다. 공공정책의 형성과 이행에 있어서 도시 공간과 토지 둘 다의 사회적으로 공정한 이용이 성평등과 환경평등, 안전과 더불어 증진돼야만 한다.
b. 도시 정책의 형성과 이행에 있어서 사회적 및 문화적 이익이 개인의 재산권보다 우위에서 우선권을 가져야만 한다.

4. 시민권의 완전한 행사
도시는 평등과 정의, 거주지의 사회적 생산을 완전히 존중하는 속에서 모든 사람의 존엄성과 집단적 복지를 보장하는 모든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의 실현을 위한 장소여야 한다. 모든 사람은 도시에서 연대의 의무를 지는 동시에 자신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및 환경적 발전에 필수적인 조건을 찾을 권리가 있다.

5. 평등과 비차별
이 헌장에 새겨진 권리는 영구적으로나 일시적으로나 도시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연령, 성, 성적 지향성, 언어, 종교, 의견, 인종 및 민족적 출신, 소득 수준, 시민 또는 이주자 상황에 따른 어떤 차별도 없이 보장돼야 한다.

6. 취약한 사람과 집단을 위한 특별한 보호
더 취약한 집단과 개인들은 보호와 통합을 위한 특별한 조치에 대한 권리, 기본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 차별과 싸울 권리를 갖는다.
이 헌장의 목적을 위해 취약한 사람들이란 다음과 같다: 빈곤 상태에 있는 사람, 건강과 환경적 위험에 처한 사람, 폭력의 피해자, 장애인, 이주민, 난민, 각 도시의 현실 속에서 나머지 다른 집단과 비교하여 열악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 이런 집단 속에서도 노인, 여성, 아동에게 최우선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만 한다.

제 5조 도시 운영의 투명성
1. 도시행정의 투명성 원칙을 지키기 위해 공무원과 정부의 책임성을 시민들이 감시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개방하는 방식의 행정 구조를 도시는 조직해야 한다.

제 6조 공공 정보에 대한 권리
1. 모든 사람은 시 행정부의 어떤 부서에 대해서나 입법 또는 사법 당국에 대해서나 그 부서들의 행정 및 재정활동, 공공서비스 제공을 위해 계약을 맺은 회사와 사적인 경제협회, 민관혼합의 경제협회의 활동에 관해 완전하고, 정확하고, 충분하고, 시기적절한 정보를 요구하고 받을 권리를 갖는다.
2. 시민으로부터 정보 요청을 받은 시 정부 또는 사적 부문의 고용인은 자기 권한의 영역을 언급하고 해당 시기에 가용성 있는 정보를 만들고 생산할 의무가 있다.


제 9조 결사, 집회, 표현의 권리와 도시의 공적 공간의 민주적 이용의 권리
모든 사람은 결사, 집회, 표현의 권리를 갖는다. 도시는 공공 구역을 개방된 모임과 비공식적 모임을 위해 이용가능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제 14조 주거권

3. 도시는 취약한 집단과 홈리스 집단이 주택법과 프로그램에서 우선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6. 모든 사람은 퇴거, 몰수, 강제적 또는 자의적인 이주에 대해 보호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법 장치의 수단에 의해 자신의 집의 점유의 안정성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

9. 도시는 자의적인 퇴거로부터 거주자들을 보호해야 하고 주거 임대를 규제함으로써 고리대금에서 차용자를 보호해야 한다.

( 원문 전체는 http://v1.dpi.org/lang-en/resources/details.php?page=124 에 가면 볼 수 있다.)

덧붙임

류은숙 님은 인권연구소 창의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