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 농성 1백일…기약 없는 명예회복
가슴속에 묻은 자식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거리로 나선 유가족들의 농성이 어느덧 1백일을 맞았다.
지난해 11월 4일 ‘의문사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여의도 국회 앞 인도에서 시작된 유가족들의 농성은 한겨울이 다 가도록 그 끝을 보지 못한 것이다.
유가족들은 바람막이 벽조차 없는 인도 위에 장판 한 장, 비닐 두 겹으로 천막을 엮었고, 식수․전기․화장실 등 무엇하나 갖춰지지 않은 농성장에서 간이 난로의 온기에 기대며 하루하루를 버텨왔다. 이미 60줄을 넘어선 노인의 몸임에도 불구하고 매일같이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사 앞에서 열리는 집회에 참석해왔고, 국회의원 한사람 한사람을 쫓아다니며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는 고됨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 같은 노력 끝에 지난해 12월에는 국민회의가 ‘민주화운동관련 유공자 명예회복과 예우등에 관한 법률안’을 정기국회에 상정하는 진전을 보게 됐고, 유가족들은 한순간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러나 법안이 국회에 상정된 지도 벌써 두 달. 차일피일 특별법 제정은 미뤄져 왔고, 법안은 다른 산적한 서류들과 함께 의사당에서 잠자고 있는 형편이다. 법 제정을 추진했던 국민회의 측은 설날 연휴가 끝나고 가동될 임시국회에서 명예회복법안을 통과시키겠다며 다시 한 번 유가족들을 달래고 있지만, 정쟁에만 매달리고 있는 국회가 과연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11일로 농성 1백일 째를 맞지만 유가족들은 오히려 덤덤한 모습을 보인다. “일이 추진되는 동안에는 우리에겐 첫날이나 1백일 째나 똑같은 날이지. 여기 있는 모두가 항상 처음이라는 각오로 일에 임하려고 노력하는 거지”라며 미소짓는 유가족. 그의 주름진 얼굴 곳곳에 피로한 기색이 가득했지만, 언젠가 찾아올 봄날을 기다리는 희망의 빛도 서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