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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소명서 제출요구에 굴욕감"

지하철공사측, 노동자간 반목․불신 조장

지하철 공사측이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제출받고 있는 '소명서'에 대해, 노동자들은 이를 굴욕적인 반성문 또는 '전향서'에 해당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지난 5월 6일부터 11일까지 민주노총과 인권운동사랑방이 지하철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설문에 응답한 798명의 노동자 가운데 79.4%(501명)가 "소명서 제출을 거부할 경우 예상되는 불이익을 우려"해 소명서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응답자 가운데 54.5%(355명)는 "사실상의 강압적 분위기 때문에" 소명서를 작성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번 설문결과, 조합원들 대부분은 소명서 제출 요구가 지하철 공사측의 불순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그 의도를 △조합원들간 갈등을 부추기기 위한 것(31.6%) △파업의 정당성을 훼손할 목적(24.8%) △파업참가자를 조합지도부와 격리시키기 위한 것(24.7%) 등으로 해석했다. 소명서를 "소명의 기회를 주기 위한 조치로 생각"한 노동자는 7.3%에 불과했다. 또한 소명서 작성 후 47.5%(309명)는 "공사의 탄압과 힘에 굴복당하는 느낌이었다"고 털어놔 '소명서'가 조합원들에게 심리적 충격을 많이 입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설문 결과에 대해 조사팀은 "소명서는 노동운동에 도입된 현대판 전향서"라며 소명서 제출을 강제하는 행위를 즉각 철회하고 지금까지 제출된 소명서를 모두 폐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파업 참여자들에 대한 면접조사를 통해 지하철 공사측이 노동자들 간의 불신과 반목을 심각하게 조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측은 현장 내에서 조합원간, 직원간에 서로 풀릴 수 있는 사소한 문제에 대해서도 공문을 내려보내 고소․고발을 유도하고 있으며, 비밀 신고엽서를 현장과 가정으로 보내 동료간의 밀고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