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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세계화’ 허구 폭로

동남아 여성노동자 방한 기자회견


동남아시아 여성노동자들이 한국을 방문, ‘세계화’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과 함께 연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지난 2월 인도네시아 주재 삼성합작 기업 ‘마스피온’의 노동자들은 기본적인 식비와 교통비 지급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10일 동안의 파업은 군대와 경찰 그리고 구사대의 폭력에 의해 강제 진압되었고 1천2백 여 노동자의 해고, 수많은 학생과 노동자의 구속으로 끝을 맺고 말았다.” 지난 5일 한국을 방문해 ‘세계화에 반대하는 동남아 여성노동자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수리엄(휴메니카 인도네시아 노동단체 활동가) 씨는 자국 노동자들의 현실을 눈물로 호소했다.

이번에 한국을 찾은 이들은 인도네시아, 타이, 말레이시아, 필리핀의 여성노동자들. 이들은 8일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회의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세계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속출하고 있는 대량해고 △최저생계비도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현실 △노동현장의 가혹 행위 등을 폭로했다. 특히 이들은 세계화의 최대 피해자를 여성노동자들이라고 규정했다.
타이에서는 최근 2년 동안 약 30 만명의 노동자들이 해고되었으며, 그 중 95%가 여성노동자라고 가루나이 투리안(팔 가멘트사 섬유노동조합 간부) 씨는 밝혔다. 투리안 씨는 해고된 여성노동자들이 대부분 전문기술이 없는 장기 근속 노동자들이며 재취업의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실업문제 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여성노동자들은 인권유린 피해 역시 빈번하게 겪고 있다고 이들은 전했다.

“인도네시아의 한 한국진출기업은 생리휴가를 요청하는 노동자에게 생리대를 직접 꺼내보이라고 했다. 또 출퇴근 카드를 바닥에 떨어뜨려 우왕좌왕 찾게 하면서 모이를 쪼아먹는 닭과 같다고 놀리는 등 상식 밖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이들은 폭로했다. 특히 임시고용직 노동자들은 권리를 보호받을 수 없기 때문에 노동조건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네미아 카술라(NFL노동조합 전국집행위원회 지역 의장, 필리핀) 씨는 “지난해 9월 필리핀항공 노조가 ‘노조탄압 항의’와 ‘임금 인상,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는데, 문제해결은커녕 파업의 결과, 3천5백 명의 노동자가 해고되었고 10년 동안 임금인상이 발이 묶여버렸다”고 밝혔다. 그는 “필리핀 정부가 단체 협상에 끼어 들면서 사태가 그렇게 전개되었다”며 “이것이 바로 필리핀의 세계화”라고 비판했다.

더불어 동남아 여성노동자들은 ‘연대’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카술라 씨는 “세계화는 필연적으로 노동자들을 벼랑끝으로 내몰게 되어있다.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아시아의 노동자들은 동일한 상황에 놓여있다”며, “우리가 연대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시아여성위원회를 주축으로 시작된 이번 캠페인은 2천년까지 이어질 예정이다.